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 Jul 16. 2021

글쓰기의 기본과 미학

그러니까 지금 써야 하는 글쓰기는 조금 다르다

글쓰기를 잘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그들은 높은 확률로 어릴 적에 책을 좋아했을테고, 글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터이다. 그러나 이 글은 '글을 싫지만 쓰긴 해야하는 우리의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웃음과 감동을 주는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기대했다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자. 오늘은 수행평가와 논술에서 고통받는 학생들을 위해 준비했다. 어른이어도 글쓰기가 싫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조언이 글쓰기 대회 우수상을 장담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수행평가에서 어이없이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은 현저히 줄여줄 것이다.


글은 내말로 바꿔써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이다. 여기, 가스라이팅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미영이를 보자.

미영이는 시사상식사전을 그대로 가져와 글의 처음을 이렇게 연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가스라이팅은 가정학교연인군대직장 등 주로 밀접하거나 친밀한 관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미영이의 글은 아주 정확한 사실을 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확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내가 이 글에 진심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이렇게 쓰는 편이 낫다.

'만약 누군가가 우연히 일어난 불행들이 계속 나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처음에는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연인, 가족과 같은 친밀한 사람이 계속해서 나의 잘못이라고 말한다면 마치 그런 것 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이와 같은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에 대한 교묘한 조작을 통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부연으로 우리는 미영이가 가스라이팅을 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평가하는 글에는 기준이 존재한다.

수행평가나 논술시험, 글쓰기 대회에는 반드시 채점 기준표가 존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학생에게 공개되므로, 꼭 참고하는 것이 좋다. '풍부한 표현으로 쓰였는가?'와 같이 추상적인 말 대잔치인 경우가 많지만, 우리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 바로 포함되는 요소다. 만약 교사가 '이 주제를 선택한 동기'를 쓰라고 했는데, 그걸 한줄 쓰거나 안쓰면 당연히 감점이다. 이건 아무리 철학자가 와서 박수칠 글을 써낸다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포함되는 요소들을 확인했다면 적절한 배치를 시도하자. 동기, 주제 선택 이유, 배경지식은 서론에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본문에는 주된 내용을 설명하고, 결론은 의의와 느낀점으로 마무리하면 무난하다. 열린 질문을 던져도 상관없지만 글 전체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도서 정가제에 대해 찬성했다면, 끝까지 찬성해야 한다. 무난한 구조는 '찬성한다는 주장과 배경 설명 - 반대자들의 논지에도 불구하고 찬성하는 이유 - 찬성해야 하는 의의' 정도가 되겠다. 1문단에서 찬성했다가 마지막에서 반대하면 논지 없는 글이 된다.


이 두가지만 잊지 않아도 꽤나 만족스러운 글이 탄생할 것이다. 중고등학교에서 원하는 글은 멋드러진 글쓰기가 아니라(백일장은 논외로 하겠다), 요점과 논지를 잘 파악하고 성실하게 써낸 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을 믿고 마음껏 글을 쓰기를.

이전 07화 수행평가의 늪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