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첫 모의고사 점수가 수능 점수야"
고등학생은 다른 느낌이 난다.
어느 고등학교가 대학을 잘 보낸다, 부터 시작해서 모의고사와 수능, 내신과 생기부에 대한 온갖 이야기들이 찌라시 처럼 맴돈다. 그 중에는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으니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어쨌든 고등학생 - 즉, 입시생이 되면 학부모와 학생은 긴장한다. 그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 '3월 모의고사'다.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필자는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학원에서는 겨울 방학에 3월 모의고사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둔다고 한다. 학원이든 학교든 몇몇 선생님들의 단골 멘트가 있다.
"고등학교 첫 모의고사랑 수능이랑 많이 다를 것 같지? 근데 안 변해. 지금 점수가 그때 점수 되는거야.
이 명제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이 말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학생들은 갑자기 겁을 먹어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입시라는 레이스가 시작됨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3월 모의고사 성적으로 심화반을 편성하는 학교도 있고, 모의고사 성적으로 아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결정된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니 3월 모의고사가 무의미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3월 모의고사를 준비해야 하는가?' 에 대해서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모의고사와 수능은 어느 정도 유형화된 싸움이므로 문제를 반복적으로 익히면 점수가 오른다. 따라서 공부를 한다면, 첫 모의고사를 조금 더 잘 볼 수 있다. 그런데 굳이 3월 모의고사의 유형을 암기할 이유가 있는가? 출제가가 평가원도 아니고, 고3 모의고사도 아니다. 지금까지 나왔던 고1 모의고사 기출 문제를 푸는 건 그런 점에서 시간 낭비일 수 있다. 고1은 수능을 준비하기 위해 총알을 연구하고 장전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성급히 문제를 풀어보는 것은 총알 없는 빈 권총을 가지고 어설프게 폼을 잡아보는 것에 그친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 보다야 낫겠으나, 지금 해야할 일은 개념을 익히고 탄탄히 하는 일이다.
고등학교 첫 모의고사 점수가 수능 점수와 같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성적 상승으로 수능을 잘 보는 학생도 있는가 하면, 오히려 떨어지는 학생들도 있다. 심지어 공부 양을 늘리지 않는다면, 후자가 더 일반적인 수순이다. 첫 모의고사 점수가 잘 나오면 학생들은 들뜬다. 그럼 주변에서는 또 이렇게 말한다.
"3월 모의고사랑 수능은 달라. 이거 잘 봤다고 수능도 잘 보는 건 아니야. "
맞는 말이다. 필자는 지금 첫 모의고사와 관계 없이 열심히 노력하면 수능은 잘 볼 수 있다는 노력의 문제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게 아니다. 애초에 첫 모의고사와 수능의 연관성이 매우 적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점수가 필요할 수도 있다. 너무 멘탈이 약해 점수가 나와야 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이 점수로 심화반을 들어가야 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결정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모든 결정을 하기 전, 그러니까 고1 3월 모의고사 - 첫 모의고사 잘 준비하기! 라는 제목의 기출 문제집을 펴 보기 전,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지금 내가 이 공부를 하는 건 무엇을 얻기 위해서인가? 혹시 시간이 아깝지는 않은가? 주변에서 하는 '상관관계론'에 휩쓸리지 않고 공부를 차근차근 시작하면 된다.
나의 첫 모의고사 점수는 짐작조차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억나지 않는다. 그건 내가 이미 대학에 왔기 때문이 아니다. 내 입시생활에서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생애 첫 3월 모의고사의 악몽에서 깨어나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