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만난 당신에게
여러 번 소개했지만, 내가 한 때 존경했고
지금도 깊이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는 암을 겪었다.
4년 전 다발성 골수종과, 그로부터 2년 후에는 피부암을 진단받았고
다행히 지금은 모두 치료가 완료되었다.
처음에는 3개월이라는 숫자를 받았기 때문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이미 자립한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편 한 명이 줄어든다는 절망감과 고독은 깊었다.
아빠는 나에게는 야당 같은 존재였는데도 말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 시각을 넓혀주기 위해서라는 의도였지만 자기 검열이 심하고 인정 욕구가 높은 인간으로 자라났다.)
나는 매일 밤 울며 기도했었다.
'낫게 해 주세요'라고 차마 말할 수도 없어서
언젠가 내가 오늘 울며 기도한 이 일을 웃으며 말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비슷한 사건이 터졌을 때 본당 신부님께서는 그냥 '자비를 베풀어달라'라고 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런 방법이!)
그리고 1년 만에, 가족끼리 모여 앉은 밥상에서 우리는 그때를 추억하고 웃었다.
그리고 꽤 자주 아빠는 암을 소재로, 아빠밖에 못하는 농담을 하시고는 하신다.
나의 강하고, 현명한 아버지의 몇 가지 유머를 소개하겠다.
1.
남동생이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장남으로서 제사를 지내는 아버지가 멋있어 보였는지 "나도 빨리 제주가 되고 싶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엄마 아빠는 그게 귀여웠는지 그렇게 말하도록 내버려 뒀다. 그리고 몇 번의 제사와 차례에서 자기의 포부를 밝혔었고 내가 참다못해 왜 짜증 낸 적이 있었다.
같이 저녁을 먹다가 그 얘기를 했더니 다들 기억이 안 나신다고(심지어 본인도) 웃었다. 그리고 아빠가 한마디 덧붙이셨다.
"너 작년에 좀 희망찼겠다?"
2.
아빠는 화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잘 자랐다. 내가 우스갯소리로 "아빠는 다 잘 키워. 화초도 잘 키우고- 자식도 잘 키우고"
"암도 잘 키우지"
3.
보험가입 권유 전화를 아빠는 꽤 열심히 들어주시고 정중히 끊는 편이다. 상대가 암보험에 가입하라고 했는지. "저도 될까요...? 암 이미 걸렸는데요?"라고 하셨다.
이렇게 종종, 암을 가져본 자만 할 수 있는 농담들을 하신다.
친척들 모임 같은데서는 특히 빛을 발하는데 사람들은 잠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잠시 고민하는
그 간극이 우리 가족을 더 웃게 한다.
아버지가 암에 걸렸을 때, 가장 위로가 된 말은
괜찮으실 거야, 나으실 거야가 아니라
실제로 주변에서 암을 겪은 사람의 생존 스토리였다.
평소 바빠서 일 년에 한 번도 만나지 못하던 동기 한 명은 일부러 찾아와 자신의 어머니가 얼마나 심각하셨는지, 그렇지만 지금은 얼마나 괜찮으신지 이야기해줬다.
한 친구는 자신의 사돈의 팔촌, 심지어 어떤 병원의 홍보지까지도.
주변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암을 겪었고, 겪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게 살아간다는 것이
가장 큰 위로가 됐다.
혹시 당신의 주변에 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대체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면 이 글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때의 내가 얻었던 위로가
그분들에게도 전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