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공간_ 은마 아파트

by 꼬드kim


어제 박람회를 다녀와야 해서 일을 하다 말고 부랴부랴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따듯한 햇살이 회사 안에서 느껴볼 수 없는 싱그러움을 코끝에 톡 하고 건드려주고 가는 것 같다.
‘이봐~~ 봄이라고. 그렇게 서둘러 뛰지 말고 느끼라고’ 하는 듯이
더불어 걸음이 좀 느려진다

지도 앱을 꺼내서 버스 노선을 보니 그 차는 벌써 지나간다. ‘뭐 다음 버스를 타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다른 버스가 들어온다.
그 버스를 탄 후 갈아타야 하는 정류장을 확인하고 잠시 또 밖의 풍경을 보느라 아무 생각도 없이 앉아 있다. 다섯 정거장이 지나가고 내려야 하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가 멈추자, 나는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내렸다. 다섯 정거장을 오는 동안 앱을 확인했으면 좋으련만 정거장에 서서 앱과 표지판에서 갈아타야 하는 버스를 확인하다가 돌아섰는데 마침 가는 버스가 나를 발견 못 했는지 지나치려는 순간과 나의 머뭇거리는 순간이 동시에 일어났다.
다행히도 아저씨가 조금 지나쳐 멈춰 섰다.
열리 문 안으로 들어서는데 아저씨가 왜 앞차를 안 타고 당신의 차를 타느냐고 묻는다. 어느 앞차를 말하는지 몰라서 멀뚱히 들어가려는데 아저씨 앞에 차를 내가 안 타길래 당신도 그냥 지나치려 했다고 하신다. 아~~ 라고 말하는 동시에 나는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를 걸어가면서 휴대폰으로 체크하려고 하는데 아저씨 한번 더 뭐라 하신다. 세 번쯤 말씀하시는 건 걱정이신 걸까. 아님 나 지금 혼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에 아저씨 어여 가서 앉으란다. 어디서 내릴 거냐고 물어보면서.
난 지도 앱을 보느라 차가 지나가는 줄도 몰랐고 초행길이라 버스가 오길래 머뭇거렸을 뿐이며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내린다고 긴 변명을 했다

나이가 내가 더 많아 보이는데 아저씨 오늘 컨디션 별로인지 자꾸 어린애 취급 모드시다 ㅎㅎ
은마아파트는 정류소가 두 곳인데 어디서 내릴 거냐고.
원래 이렇게 손님들의 내릴 정거장을 개별 관리해주시는 건가.
SETEC을 아시냐 물었더니 모르신다고 하시고 그래서 두 번째 정류장에 내린다고 말했으나 마음을 빠르게 바꿨다. ‘아저씨가 내가 타고 있는 게 불편하신 것 같으니 내리자. 잘못 내린 거면 좀 걷지 뭐’ 하는 마음으로
“저 여기서 내릴게요!”
내리고 나서 둘러보니 두 번째 정거장이 맞는 것 같긴 하나 그다지 중요치 않다. 정말 처음(?)으로 은마아파트를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전학을 가는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내게
“나 은마아파트로 이사 가!”
“응? 은마아파트?”
내가 아는 곳이던가? 우리 동네에 은마라는 아파트가 있었나를 한참 생각하고 있던 그때 그 친구가 “강남에 있는 거래”라고 대답한다.
강남. 생소한 지역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나의
생활 반경은 학교, 집. 그리고 오가는 사이에
있던 시장이나 엄마 따라 나가보는 곳들이거나. 어른들과의 동행은 내가 굳이 지역을 물어보지 않아도 집에까지 오는 일에 별 무리가 없기에 강남은 어디인가의 궁금증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친구는 적응하는 동안 내게 편지를 했다. 놀러도 오라며 오는 방법도 알려준다. 택시를 타라고 했었던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의 방법은 간단했다.
모험심이 있던 나이가 아니라서 그랬는지 부모님께 걱정 끼치는 것이 싫었는지 은마 아파트가 어디냐고 물어본 내게 아주 멀다는 답변만 해주셨다.

친구가 잘 적응해 가면서 우리의 편지 왕래 횟수도 줄어갔다. 나는 운동을 시작했고 친구는 적응을 시작했고.

어느 날인가 은마 아파트가 재개발한다는 명목으로 들썩 거렸던 적이 있다. 그때 친구가 궁금했는데 이사하느라 물건들을 제대로 챙겨 오지 못했는지 연락해 볼 방법이 없었다. 물론 다시 다른 곳으로 이사했을 수도 있으나.

그런데 어제 막상 은마 아파트 정거장에 내려보니 기분이 좀 다르다. 친구는 그때 내가 놀러 오기를 많이 기다렸으려나.

친구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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