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 화이트데이(2014)
2013년 겨울 어느 날이다.
2014년 3월 14일 꼭 이날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었다. 15년 귀향 휴가를 아직 시작도 못했고, 겨울이라 그런지 다들 들떠 있는 기분에 나 또한 그냥 들떠 있었을는지도
친구는 4월이나 5월에 서울에 들어올 거여서 그전에 오라는 얘기를 해준다. Alejandra를 보러 3월에 움직이기엔 캐나다는 좀 추울 듯도 하고 가보지 못한 아일랜드를 여행지로 잡는 것이 더 마음속으로 간절해진 것 같다.
고민은 딱 5분. 3월 비행기표가 있는지 찾아보는 건 5분을 더한 10분. 유류비를 포함한 가격이 92만 원이다. 요새는 이런 가격이 없다 싶어 친구의 스케줄도 확인해보지 않은 채 우선 예약부터 한다.
예약과 함께 오는 자동 문자 메시지. 결재일이 익일 3시까지다. 저가 요금들은 최소 7일 정도는 되었는데 너무 짧다 싶어서 여행사에 문의를 했더니 내일 3시까지만 판매하고 금액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상품이란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져 온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서 친구와 얘기해야 하는데 전화기가 꺼져있다. 무슨 일이 있을까? 고민해보지만 꺼져있는 전화기는 대답해주지 않는다. 다음날이 되고도 연락이 되지 않아 나는 간단히 메시지만 남긴 채 2시 50분에 예약했다. 안되면 혼자 여행을 즐겨보는 것도 오랜만에 좋을 듯하여….ㅎ
다행히 예약은 완료되고 그다음 날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느라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고.. 스케줄은 비워져 있어 가능할 것 같다는 내용과 함께 ^^
여행에 있어서 비행기표와 숙소만 정하면 반 정도는 준비했다고 생각하는 터라 숙소 찾기에 돌입한다. 우선 여행지는 덴마크 in-아일랜드 out
검색어를 잘 못 선택해서 그런지 숙소 찾기가 쉽지 않다. 덴마크도 북유럽에 속해서인지 물가가 비싸다. 친구는 3월 14일에 아일랜드에서 덴마크 들어오는 비행기표가 비싸서 15일에 들어오기로 했다. 대부분의 블로그와 친구 추천으로 우선 generator hostel에 1박을 예약했다. 나머지는 bella sky hotel에 3박을 예약했다. 클래식한 호텔에 묵어보고 싶지만 잠만 잘 것이므로 아침을 주는 으리으리하고도 모던한 호텔로… 그러다가 갑자기 덴마크도 민박이라는 게 있지 않을까 싶어 다시 검색하기 시작한다. 밥 좋아하는 한국인 나. ㅎ Airbnb의 숙소를 발견했다. 코펜하겐의 lovely room이라고 설명이 되어있는… 영문 설명을 읽긴 했지만 나는 한국인이므로 조식 포함가 7만 원대의 이 숙소를 예약하고 generator hostel를 취소했다. 이른 아침을 먹고 하루 시작해야 하는데 아침 먹을 식당부터 찾아야 하는 것은 게으른 여행자인 내겐 쉽지 않은 일이므로…
모두들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기러 밖으로 go go. 나는 호텔들을 서치하는 즐거움으로 대체한다..
3월이 어여 오기를 기다려보며…
아일랜드 소매치기
여행 책을 사야 간략하게나마 스케줄 짜기가 쉬운데 마음에 드는 책을 빨리 발견하지 못하다 보니 여행 준비가 점점 더뎌지고 있다. 이러다가 그냥 비행기 티켓만 들고 여행을 떠나지 않을는지.. 익숙해져 가는 건 사건을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건데…
출발 2주 전쯤.. 인터넷으로 친구와 카톡을 시작한다.
아일랜드는 친구가 잘 알고 있기에 친구가 준비한 내용들로 나의 의견을 묻기 시작하고, 나는 나 나름대로 덴마크 가고 싶은 곳들과 코펜하겐 카드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코펜하겐 카드가 24h, 72h, 120h 이런 시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비용 대비 어떤 것이 효율적일 것인지가 쉽게 골라지지가 않는다. 그런데 우리 너무 진지하게 얘기했나 보다. 그날의 얘기가 급하게 단되었는데 나중에 들으니 우리가 카톡을 하던 사이 친구 가방을 용감한 집시녀가 가져가 버렸단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보통 생각하는 스타벅스에서 말이다. 주인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채팅하고 있던 그 찰나에 말이다. 마음이 무거워져 온다. 내가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서평 이벤트(북유럽 책)
출발이 다가온다. 그러나 여전히 책도 준비하지 않은 채 미적거리고 있다. 어느 날 내가 가입한 카페에서 서평 이벤트가 있다. 책이 북유럽 관련한 내용이다.. 왠지 이 이벤트에 내가 응모해야 할 것 같은 기분. 책을 받을 수 있지 모르겠지만 빠듯하게 받으면 비행기 안에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출발 전날이다. 바쁜 것도 없었는데 짐은 늘 마지막 날 밤늦도록 챙긴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하여 춥다는데 패딩에 크록스 신발이라도 구매해서 가야 하나 고민했으나 행동력 부족으로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운동화와 편한 구두 한 켤레 그리고 패딩 대신 윈드 재킷과 얇은 옷을 두둑이 넣었다. 설마 3월인데 추워 봤자…이런 마음으로, 그러나 항상 이런 마음가짐이 친구에게 옷을 빌려 입는 상황을 발생시킨다…ㅋ
서평 이벤트에 당첨은 되었으나, 배송 기간이 있다 보니 책도 없이 공항으로 출발한다. 넉넉잡고 나온 시간이지만 체크인하고 잠 깨려고 커피 한잔 사 마셨을 뿐인데 어여 비행기 탑승구로 가야 할 시간이라고 시계가 말해준다.
체크인할 때 창가와 복도를 선택하라고 물어보면 복도요~라고 대답하지만 물어봐 주지 않으면 이내 잊어버리고 비행기를 탈 때쯤에야 후회를 한다. 잠을 거의 못 자는 이에게 창가 자리는 좋을 수 있지만, 바스락거리며 잠 못 자서 옆 좌석 사람에게 불편을 줄 때면 차라리 복도가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면서 또다시 후회를 하고 있었다. 복도 자리를 달라고 요청할 걸…
3월에 비행기를 타보지 않아서인지 비행기는 의외로 넉넉했다. 3칸짜리 좌석에 나만 덩그러니 잠이 오지 않는 그 긴긴 시간을 누워서 잘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한다. ㅋ 그러나 누워도 잠은 오지 않고 책이 없다 보니 영화라도 봐야 할 텐데 외화를 보려니 조용한 곳에서도 잘 들리지 않는데 소음이 심한 기내 안에서의 리스닝은 무리다 보니 그 긴긴 시간이 지루하게만 느껴진다.
런던으로 들어갈 때쯤 서울 시간으로는 아마 밤 12시가 넘었을 것이다. 보통 밤 11시를 넘기면 나의 뇌가 생각이란 걸 꺼버리기 때문에 히드로 공항에서의 환승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처음 들어온 히드로 공항도 아니고, 환승 시간도 3시간이기에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1분이라도 빨리 검색을 마치고 탑승장소로 이동하려는 승객들과 검색원들 틈 사이에 멀뚱히 서 있는다. 외투 탈의는 기본이지만 환승에서 신발 탈의를 시키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차디찬 바닥을 신발도 신지 못한 채 검색을 당하고 있으려니 유쾌하지는 않다. 특이한 건 모든 사람에게 신발 탈의를 시키고 있는 건 아니다. 그들만의 룰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나의 짐과 함께 나는 철저히 검색을 당하고 있다. 스캐너에 두 번 검색을 당하고도 못 미더운지 몸을 더듬고 있는 검색원.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나서야 통과되고 나는 공항 의자에 앉아 체크인 게이트 번호가 뜨기를 기다리며 잠을 쫓는다. 이륙 시간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서야 게이트 번호가 안내되고 나는 나의 가벼운 짐을 챙겨 비행기 안에 몸을 싣는다. 항상 서울을 떠나 유럽으로 들어올 땐 한국사람이 정말 많은데, 그 많던 한국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이렇게 갈아타는 비행기 안에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영국항공 뒷좌석에 있던 이 단추의 용도가 무엇일까가 굉장히 궁금했는데 옷걸이였다. 센스 있는 사람들. 건네진 샌드위치와 주스를 보며 잠시 고민한다. 이것마저 먹음 하루에 다섯 끼는 먹은 걸 텐데 괜찮을까 하는 마음과 덴마크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이 맛없으면 이것이라도 남겨두었다가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닐는지~ 하는 맘 반반
비행기에서 내려 우선 코펜하겐 카드 사기를 시도한다. 3일짜리를 사야 할지 5일짜리를 사야 할지 오기 전에 내내 고민했지만 그냥 맘 편히 5일짜리를 사기로 한 터라 시간에 여유가 생긴다. 기차를 타고 코펜하겐 시내로 들어오자 비가 내린다. 내리자마자 비가 왔던 경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처음은 스페인에서 아저씨에게 픽업을 요청한 터라 우산 쓰고 숙소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었지만 이번엔 좀 각오를 해야 할 듯했다.
신기하게도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을 잘 볼 수가 없다. 나는 캐리어에서 꺼낸 우산을 턱 하니 펼쳐 들고, 약도를 들면서 다른 한 손으론 캐리어 끌고, 휴~ 누가 봐도 산만함 그 자체이다. 바람까지 부니 더없이 처량 맞아 보이는 신세인데, 무얼 하나라도 포기하면 수월하련만 욕심은 쉬이 내려지지 않는다. 밤이라서 숙소 약도는 잘 보이지 않고, 카메라는 비바람에 켤 수가 없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비에 젖은 약도를 들이밀며 숙소를 물어본다.
몇 번의 갈림길에 만난 아저씨. 늦은 시간이지만 퇴근 중이신지 함께 찾아봐 주시겠단다. 요 근처인데~하는 나의 느낌과 함께 숙소를 끼고 있는 극장 한 바퀴를 돌고 있지만 아저씨도 못 찾겠다 맴맴~ 나도 어디지?? 맴맴~ 비바람의 야간 검색은 역시 쉽지 않다. 10여분 넘게 한자리를 계속 돌고 돌고 하다가 찾았다!!
그런데 아까도 지나쳤을 터인디 왜 못 봤을까?????
그 와중에 난 아저씨에게 이 나라 사람들이 왜 우산을 안 쓰고 다니는지를 물어봤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하고 있는 행동을 다시 보여주신다. 이렇게 신문으로 머리를 가리면 된다고.. 그래 맞다. 이런 날씨는 우산 속으로 들어오는 비를 절대 다 피할 수 없다. 그냥 즐기는 수밖에. 숙소 찾기가 끝나자 나의 어리버리함이 걱정되셨는지 덴마크에는 얼마나 머물 거냐, 계속 혼자인 건지를 물어보셨다. 내가 가이드라도 요청드리면 해줄 태세이다 ㅎㅎ 친구가 내일 오전에 아일랜드에서 들어올 거라 말씀드렸더니 좋은 여행하고 가란다.
파란색 대문 집의 호수를 찾아 현관 벨을 누르니 아저씨가 내려오신다. 크헉. 5층인듯한데 엘리베이터 없다. 나 대신 나의 캐리어를 들고 올라가 주시는 아저씨.
현지인 집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 신청한 민박 집은 기다란 편으로 특이한 구조가 아늑하게 느껴졌다. 아늑함도 잠시, 돌아다니는 방법과 아침 먹을 곳을 알려주시는 아저씨가 이상했다. 응??? 난 밥 안주는 건가?? 아저씨가 에어비앤비에서 신청한 거 아니냐고 하신다. 맞는다고 했더니 아침 불포함이라고 하신다. 비행기에서 짐 된다고 버리고 온 샌드위치와 에어비앤비 사이트에서 본 한글 “조식 포함”은 어떻게 된 거지?? 난 봤다고 말했더니 아저씨의 단호함이 느껴지는” NO!” 여기서 이 문제로 싸워봤자 밤만 더 늦어질 뿐이라는 걸 난 알기에, 알았다고 한 후 방으로 들어가 짐을 푼다. 고흐의 느낌이 나는 방. 왠지 모를 이 억울함이 서러움으로 바뀌고 있다. 돌아가서 에어비앤비에 문의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잠을 이룬다.
다음날 아침. 아후~ 생각보다 훨씬 춥다. 3월인데 겨울인 듯. 바람소리에 유리창은 깨어질 것 같고.
그래도 오늘 친구와의 약속시간이 오후이니 부지런 떨면 건축 박물관 정도는 보고 루이지애나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준비를 한다. 집 앞에서 9b인가 하는 버스를 타면 그 근처에 내릴 수 있다는 숙소 아저씨 말씀에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숙소 앞 강에는 한적하니 백조(?)가 수영을 즐기고 있다. 쟨 안 춥나??
버스를 타기 전 방향을 확인해야 해서 운전기사에게 이 버스 건축 박물관 가냐고를 5번은 말한 거 같다. 내 발음이 넘 별로인 걸까? 계속 못 알아들으시네. 청년이라 귀가 어두울 리도 없을 텐데 @@다행히 승객들이 맞다고 어여 타라고 해주신다. ㅎㅎ
화내지 않고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분들께 서울서 물건 파는 지하철 아저씨 마냥 나는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고 안쪽으로 들어간다. 아주머니 한 분이 당신 내리시고 버스가 한참 더 가서 다리를 건넌 뒤 내리면 된다고 한다. 나 기억할 수 있을까? 다음 정거장에서 아주머니 내리고 나자 이번엔 아이슬란드에서 왔다는 애기 엄마가 다시 설명해주다.. 알아듣는 것과 나의 실행 능력은 좀 차이가 있어서 걱정이 되긴 한다. 애기 엄마도 몇 정거장을 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렸다. 멀티가 안 돼서 밖을 잠깐씩 보긴 했지만 아직 다리는 안 나타났던 듯.. 그동안 계속 안절부절못하는 아저씨 한 분과 계속 눈이 마주치고 있었다. 저 아저씨도 혹시 나처럼 길을 잘 모르는??? ㅋㅋㅋ
아주 미안하게도 이 아저씨의 불안함은 나 때문이었다. 결국 몇 분 있다가 내게 조금 더 가야 다리가 나타난다고 하면서 다리가 보일 듯 하자 버스 안에서 박물관이 있는 방향을 알려준다. 저 건물 뒤편쯤 일 거라고.. ㅎㅎㅎㅎ 미안하고 고마운 분이다.
덕분에 내렸고 길을 건너 박물관 방향으로 가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싶어 길 지나가는 청년에게 물어봤더니 반대로 돌아가란다. 잉?? 여기가 아닌가 하는 맘에 방향을 틀었는데 한참 가다 보니 이것은 아닌 것 같아 다시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길 묻기를 시도.
다행히도 아저씬 산책 중이시라며 나보고 반대 방향이라며 다시 뒤로 백(back)하란다. 누구 말이 맞는 건지 @@ 이 동네 사신다며 자기만 믿으라고!! 믿자! 여기서 이분 안 믿으면 뭘 어쩔 거냐고.
어디서 왔냐고 묻는 질문에 한국서 왔다니까 자기는 UN에서 근무하는데 한국 친구가 있단다. Mr. Ban 말고. 미스터 반 씨?? 내가 아는 분인가?? 뭐지? 하는 눈으로 아저씨 보니 아저씨가 UN에 근무하신다고 다시 한번 강조. ㅋㅋㅋ 나의 센스는 바람과 함께 잠시 외출하셨다. 함께 웃다 보니 어느새 박물관 들어가는 골목이란다.
여기서부터는 갈 수 있지?라고 하는데 고롬요~. 하는 씩씩한 대답과 함께 작별인사를 나누고
나는 또다시 혼자 길을 찾는다. 이른 아침인 건지 지나가는 사람도 별로 없고 지도 보담 나의 감을 믿어가며 박물관을 찾는다. ㅎㅎ 도착했는데 기대보다는 작다?
간단히 둘러보고 여기서 가까울 것 같은 디자인 뮤지엄까지 욕심 내어 본다. 건축박물관 카운터 점원에게 가는 방법을 물어보느라 5분 정도 소요된 것 같은데, 표를 사야 하는 고객들이 기다려주신다. 약도까지 출력해서 설명하느라 더 길었을 시간을 불편한 내색 없이 기다려주는 그분들이 너무도 고마웠다. 나도 이렇게 여유 있고,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 되자고 마음을 다시 한번 먹게 되는 순간이다.
디자인 뮤지엄에는 의자 작품이 많았다. 덴마크 사람들은 의자를 중시하는 걸까? 혼자 묻고 혼자 고민한다. 디자인 공부를 하고 오지 않아서 답은 얻을 수 없다. ㅎ
숙소로 돌아가 캐리어 가지고 루이지애나까지 약속한 시간 안에 이동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 서둘러 뮤지엄을 나와서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으로 갔다. 왔던 길을 건너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어보니 이쪽 방향이 아니고 큰길까지 나가서 메트로와 비슷한 듯한 s-tog를 타라고 하신다. 그 정류장을 찾으러 골목길에서 대로변까지 걸어 나가게 된다. 숙소 근처에 도착은 한 듯하나 밤에 들어온 데다가 s-tog에서 내린 정류장은 숙소 앞 버스 정류장이 아니라서 잠시 방향을 잃는다. 늘 그렇듯이 또 묻는다. 방향을 다시 잡아서 숙소에 들러 나의 짐을 챙겨 나왔다.
다시 중앙역으로 가서 루이지애나 가는 방향의 기차를 기다린다. 블로그 내용들로만 검색해서는 쉽지 않은 상상의 루트였다. 이럴 땐 역사에 들어가 물어보는 것이 최고이듯. 그랬더니 아주머니께서 **시 **분 **번 게이트로 내려가서 타면 된다고 말씀해주신다. 서울역도 이렇게 게이트가 많았던가? 다양한 열차 종류와 메트로 여러 개의 선이 지나가는 듯하다.
중앙역에서 출발한다는 문자를 친구에게 남겼다. **분 차를 탄다고. 그러자 친구도 그 시간쯤 중앙 역을 지날 것 같다고 한다. 왠지 루이지애나까지 가는 007 작전을 안 펼쳐도 될 것 같은 기분인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 안 있다가 반가운 친구를 기차 안에서 만났다. 휴~ 이제부텀 모든 루트를 친구에게 맡기고 난 따라갈 준비를 한다. ㅎ
루이지애나
바다를 끼고 있는 외관이 꽤 멋진 미술관이다.
작품들이 많아서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시간은 계속 빠르게 흘러간다.
작품들을 보다가 야외로 나왔다. 남매를 데리고 나온 어머니가 눈에 띈다. 오빠가 먼저 언덕에서 구르기 놀이를 하자 여동생도 떠라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어머니가 벌써 안 된다고 버럭 화를 냈을 듯한 상황. 그러나 그 어머니는 그냥 사고 나지 않는지 정도로만 지켜보고 있다. 오빠가 더 무게감이 있어 그런지 빠르게 언덕 아래로 굴러간다. 여동생도 지지 않으려는 듯 속도를 내보지만 역부족인듯하다. 왠지 저들이 너무도 행복해 보인다. 나도 여벌의 옷만 있다면 같이 굴러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개별 여행을 배낭이 아닌 캐리어로 하는 건 처음이라 쉽지 않다. 아무래도 숙소에 체크인을 해서 캐리어를 맡겨두고 여행을 해야 동행인 친구도 덜 불편할 것 같다.
현지민박은 하루만 경험하고 숙소를 옮겼다. Bella sky hotel. 전통 있는 호텔에 묵고 싶으나 숙소에 머무르는 시간도 길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그냥 현대식 호텔인 이곳을 선택했다. 호텔 사이로 바닷바람이 앙칼지게 분다. 높지 않은 층을 달라고 했더니 2층을 주신다. 너무 낮아서 뷰가 보이려나~~
가까운 시내로 나가기 위해 다시 지하철 역으로 go go. 특이하게도 다음 지하철 들어오는 시간이 들어오기까지의 시간이 화면에 표시되는데 분 표시가 1/2 min 이렇게 표시된다. 1분 남은 게 아니라 30초까지 잘라서 보여주는 세세함. 조급함이 있어 그런 걸까, 아님 정확함을 나타내고자 한 것일까?
시내로 나가보지만 맛 집을 철저히 알아두고 오지 않은 터라 지하철역에서 가깝고, 오래되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덴마크 식사는 기본적으로 음료도 시켜야 한다고 해서 고민이 되었다. 이 늦은 밤 커피를 마시기도 그렇고 음료수는 좋아하지 않고. 다행히 물만 시켰는데도 관광객으로 보여 그런지 그냥 통과된다. 우리가 시킨 메뉴는 스파게티와 쿼사딜라같이 생긴 메뉴~
맛은? 관광지가 주는 느낌이다 ㅎ 숙소로 돌아오니 벌써 늦은 밤이다. 내일 가고자 하는 곳들을 정리하고 숙소에 짐 정리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오랜만에 꽤 깊은 숙면을 취할 듯했으나 세찬 비바람에 3시 반부터 open my eyes.
여행을 하지 않아도 늘 아침을 챙겨 먹는 타입이라 넉넉히 여행 나갈 채비를 마친 뒤 식사를 하러 갔다. 높은 천정 덕분에 기분이 좋다. 다들 간단히 식사를 하느라 조용한데 나는 저녁 만찬이라도 즐기려는 태세로 이것저것을 담는다. “오늘 일정을 다 소화하려면 이 정도는 먹어줘야 해!”라는 맘으로 ^^
오늘 스케줄은 나의 욕심에 동의해 준 친구 덕분에 프레데릭 성과 햄릿 성 그리고 로스킬데 성당까지다. 성공할 수 있을까? 프레데릭 성의 많은 뮤지엄 작품도 관람하고 햄릿 성이라고 불리는 크론보그성의 전경도 둘러봤다. 대부분의 나라가 준비해두는 가이드 팜플렛 대신 필요한 사람만 출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둔 것이 특이하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의자 전시가 많다. 의자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사람들인 것인지.
오늘도 여지없이 강한 바람에 약한 보슬비다. 이런 날씨에 성을 둘러보니 또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엄두를 낼 수 있는 스케줄은 아니지만 로스킬데 성당까지 구경하러 간다.
사진을 찍고 보니 조용한 일요일을 느끼게 해 준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고즈넉함에 길을 구경하는데 골목 사이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은 나를 도로시처럼 어딘가로 데려가 버릴 거 같다. 오늘 스케줄이 타이트했으니 잠시 쉬어가기 위해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메뉴는 스테이크. ㅋ 덴마크 전통음식을 못 알아와서 그냥 평범한 메뉴들을 먹는다. 프랜차이즈 같은 느낌이었는데 어제 번화가에서 먹은 식사보다는 훨씬 맛있는 스테이크다. 오늘은 좀 자야 할 것 같은데 강한 바람소리에 잘 수 있을까?
덴마크 하면 로열 코펜하겐??
쇼핑을 좋아하지 않지만 여행을 오면 두리번거리는 나의 행태로 인해 쇼핑을 하고 있는 나와 마주하게 된다. 서둘러 준비하여 convenj근처에 위치한 로열 코펜하겐 팩토리로 이동한다. 대략의 가격을 알아왔다면 두어 번 갈 필요가 없을 수도 있겠으나 온라인 조사 대신 나는 걷는 것을 선택했다. 서울도 이런 시간이면 한가할 수 있겠으나 서울에서는 평일 오전에 돌아다녀 본적이 많지 않아 이 한적함이 더할 나위 없이 좋게 느껴진다. 행복함이란 이런 작은 소소함이 주는 여유다.
코펜하겐 매장에는 제품을 재진열하며 준비하는 사람들과 우리처럼 무언가를 사기 위해 둘러보는 사람으로 나뉘어 있다. 아울렛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만만찮다. 그릇들이 탐나지만 주부가 아니라서 선뜻 무언가를 사야 할지 망설임에 사진으로만 담고 있다. 대략의 가격조사 후에 시내에 있는 코펜하겐 매장으로 이동했다. 우와~ 아까의 가격은 정말 저렴한 거였나?? 예쁘다는 느낌을 주는 그릇은 내 세계 밖으로 범접하기 어려운 가격이었다. 망설임 끝에 하나라도 사려고 다시 팩토리로 돌아가려고 지하철을 탔는데 안내 방송이 나온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 옆에 계시는 아주머니에게 친구가 묻는다. 반달리즘? 의 행동으로 인해 기차가 잠시 중단한단다. 결국 한 정거장을 남겨두고 내려야 했다. 다행히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고 말씀해주신다.
노을이 내려오는 이 시간 팩토리를 향해 걸어가는 우리들. 그리고 퇴근하는 덴마크인들. 알 수 없는 이유로 난 이 무리에 완벽히 융화된 듯한 기분이 전해져 온다. 나도 퇴근하는 기분. 또각또각.
고민하다가 커피잔과 장식용 그릇을 사고 마트에 들러 저녁용 식사를 구입한다. 야경을 구경하려고 나가려 했으나 그냥 늘어져버린다. 어느덧 알 것 같은 코펜하겐~
코펜하겐의 소매치기
아침부터 서둘러 뉘하운 캐널 투어에 가고자 한다. 푸짐히 식사를 하고 체크아웃과 함께 짐을 맡겨둔다. 도착하고 나니 아직 오픈 전이다. 역사적인 건물일 듯한 장소를 마주 보며 투어를 기다린다. 스페인어와 영어로 설명해주는 가이드. 역사적인 건물들의 설명이 간간히 들린다. 다 들려야 하는데 영어공부가 필요한 시점과 또 마주한다.
투어를 마치고 간단한 쇼핑 후 지하철로 이동하여 가방을 열었으나 현금이 모두 들어있는 지갑이 없다! 우산과 함께.
후들거리는 몸. 난생처음 겪은 해외에서의 소매치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는다.
다행히도 친구 도움으로 호텔에 돌아와 경찰 신고를 하고 카드 정지를 했다. 내 행동이 너무 안이했던가. 처음 여행 나온 것도 아닌데 뭔가 씁쓸하게 한다. 현금은 물론이고 카드도 없어 친구가 없었으면 덴마크에서 불법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했을는지도.
친구네로 들어가는 아이랜드행 비행기에서 잠들어버렸다. 너무 급박한 스트레스가 와버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