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선생님의 출산 휴가로 부재가 된 자리에 새로운 선생님이 오셨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흐릿한 기억이지만 까만 뿔테 안경에 단단한 체구에서 느껴진 강인함으로 등장하셨던 것 같다. 그 당시 몰랐던 단어, 카리스마. 그분을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이지 않을까 싶다.
도덕이 어려울 것 없다고 생각하던 그때, 새로운 선생님은 동구권이라고 지칭하던 유고슬라비아와 체코슬로바키아라는 나라에 대해서 질문을 하셨다.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알고 있어야 하는 나이였을까?
유고나 체코에 관해 잘 알기엔 너무 먼 나라였기에 대답하는 학생이 없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있어 순간 검색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답이 없는 우리를 보고 선생님은
"무식한 것들!"이라는 표현을 하셨다.
내심 무안하기도 하고,
선생과 학생이라는 사이가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알려주는 관계인 거니까 저렇게 표현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서운함이 생겼다.
'선생님은 신이다'라고 생각하던 시절의 아이들에게 있던 환상에 금이 살짝 가는 사건이었다.
더불어 우리 반 아이들은 무식한 것들이라는 단어로 묶어졌다.
수업시간이 종료되었음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선생님은 책을 챙겨서 빛의 속도로 사라졌다.
무슨 급한일이 있으신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수업이 끝날 때마다 어김없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교실을 빠져나가셨다.
알람이라도 해두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그녀에게 가르침보다 더 급한 일이 무엇인가가 궁금해졌다.
얼마 후 월요일 아침 운동장에서 교장 선생님의 훈화로 알게 되었다.
선생님은 국비 장학금으로 해외 유학을 가신단다.
그랬다. 매 시간의 쉬는 시간 10분을 아껴서 그녀는 국비 장학생으로 유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한 것이다.
10분을 모으면 얼마나 된다고 하면서 허투루 살았던 내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가르침에 대한 열정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지만, 자신의 인생에 대한 열정은 차고 넘쳤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 또한 시간에 대한 활용도를 높여보려고 했지만
어느새 또 허투루 쓰고 있다.
인생은 즐기는 거라면서 말이다.
무엇이 정답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다시 정비를 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기는 하다.
시간의 가속도는 높아지고, 그 어떤 것에도 변화가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