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같은1박 2일

홍천 그리고 낙산해수욕장

by 꼬드kim

출발 전부터 날씨는 오락가락했다.

분명 날씨 앱은 흐림이었는데 김밥 사러 나가니 한 방울씩 비가 내렸다.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차에서 경로를 검색했다. 그 후 시동을 다시 켰는데, 차에서 알람이 울린다. 처음 들어보는 멘트다.

"안전한 곳에 주차를 하세요!"

'지하 주차장보다 안전한 곳은 어디려나.'

보험회사에 전화부터 한다.

증상을 설명하니, 전문가가 아니라서 진단하고 처방해주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나도 무슨 증상인지 모르니 알람을 알려주려고 차 문을 잡아당기는 순간, 문이 잠겨 있다.

당황한 나머지 보험회사에 전화하러 나온 차 밖으로 나오면서 키를 챙겨 나오지 않았다.

"차문을 여는 것까지 처리해드릴까요?"

"차문을 열고, 상황을 보고 나면 오늘 수리가 가능한가요?"

"글쎄요. 차가 안 움직이면 견인까지 접수를 해드릴 수도 있고요."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난감한 상황이 생기면, 차가 심각하게 고장 난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보다는, 차 고장으로 여행을 못 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더 심각하게 하는 버릇이 있다.

"우선 집에 가서 비상키로 열어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러나

집에 와서 아무리 키를 눌러보아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비상키가 배터리 방전인가?'

그러다 우연하게 뒷문을 열었는데, 문이 열린다?

'뭐지? 이 어이없는 상황은?'

보험 회사에 다시 연락을 했다.

"문은 열었어요. 그런데 시동은 안 걸리네요."

"출동과 견인을 같이 해드릴까요?"

"흠... 우선 출동부터 신청할게요."

영겁의 시간이 지나간 듯한 기분이 느껴지고, 전문가분이 오셨다.

"차 배터리 방전이네요."

'끝이에요? 그 요란한 소리의 원인이 방전이란 말이에요?'라고 나는 하이톤으로 물어보고 싶었으나 그 대신

"네? 배터리 교체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요?"

"뭔가 많이 쓰셔서 그럴 수도 있어요. 전등을 켜놨다던지. 지금 시동 걸어드렸으니 지금부터 1시간 정도는 운전해주세요."

"네네, 감사합니다."라고 했지만, 마음에 준비도 없이 오랜만에 운전하려고 하니 살짝 긴장감이 밀려온다.

시동을 끄지 말라고 하니 무작정 떠날 수밖에.

빗발이 제법 굵어졌다. 빗길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차량들과 함께 운전하는 것은 긴장감이 두어 배는 더 되는 듯하다.


홍천. 처음 오는지 알 수 없지만 드디어 도착했다. 어느덧 오후를 지나 저녁을 향해가고 있다.

"수영장 갈래?"라는 질문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라고 답했다. 그리고 일주일째 후회하는 중이다.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은 평화롭다. 3시간을 달려온 보람이 있을 만큼. 그러나 1시간도 채 못 되어 깊은 수면에 빠져버렸다. 저녁밥 먹으라고 하는 엄마의 깨움을 버텼으면 아마도 아침이 되었을 듯하다.

결국 저녁밥을 먹고, 여행의 감흥을 느껴보기도 전에 다시 잠들어버렸다.


대신 아침 산책을 나선다. 비가 내린 이후의 이 풍광은 뭔지 모를 아련함을 준다.


엄마에게 꽃 이름을 들었으나 그새 잊어버리고, 그냥 들꽃으로 기억한다. '네게도 이름이 있을 텐데 미안하구나'라는 변명만 둘러댄다.


갑자기 계획에도 없는 낙산 해수욕장을 향해 운전을 했다.

이곳에 와봤던가? 알 수 없다.

아직 해수욕 시즌이 아니라서 그런지 붐비지 않아 좋다.

바다에 발 담그며 돌고래 소리 내는 거 좋아하는데, 다시 운전해서 돌아올 생각을 하니 엄두를 보내고 그냥 바라볼 뿐이다.

건조한 사람인데, 더 건조해진 것 같아 우울하다.

결국 3단의 와이퍼를 작동해도 앞이 안 보이는 차를 운전하면서 집으로 온다.

바다를 당분간 못 본다 해도 참아질 듯한 1시간의 바다 감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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