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시작은 "저 내일 쉴래요"였다. 대화의 상대방이 내 대화 문장을 다른 대화가 오고 가는 중에 농담으로 받아들여서 그렇지, 정말 휴식이 필요한 타이밍이었다.
코로나가 길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옴짝달싹 할 수 없다는 것은 방랑끼 많은 이에겐 참으로 고역인 나날인가 보다. 집에 들어오면 몇 날 며칠이고 꼼짝도 안 할 태세이면서도, 막상 1분 안에 가고 싶다가 떠오르면 컴퓨터를 켜는 이중적인 생활 태도를 가지고 있는 방랑자. 그 말을 내뱉고는 빠른 글 작성 이후에 휴가원을 상신했다. 설마겠냐는 심정이었는지, 아님 바빠서였는지 퇴근 시간이 20여분이 지났지만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결국 일어나서 퇴근할 채비를 하며 발을 살짝 움직이고 있다.
"어어, 들어가~"
"네. 저 내일 쉬겠습니다. 휴가원도 올렸어요."
그녀는 망치로 맞은 느낌이었으리라. 정말 미안했지만, 내겐 고요함이, 침묵이 필요했다. 잔소리들 말고.
오늘 내가 벌여놓은 일들 중에 수습할 일들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은 오늘 업체 전화를 받고서야 깨달았다.
'아직도 아마추어군...'
준비 없이 예전에 추천받은 강화도를 가기 위해 네비를 켰다. 카페들만 가기엔 엄마에겐 무리다 싶어 역사 좋아하시는 엄마를 위해 광성보, 덕진진 등을 넣었다. 생각보다 차가 정체된다. 2단계라 그런 건가. 도착한 광성보에는 자동차 한 대만이 서있다. '역시 사람들은 잘 지키고 있구나' 싶었는데, 임시 폐쇄였다. 기간은 무한정. 또 충동적으로 떠난 여행에 충돌하고 있다. 덕진진도 마찬가지라고 적혀 있다 보니 식사 후 가려던 카페를 애매하게 지금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도 사람들이 없다. 미술관과 함께 하는 카페에 작품들을 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시가 적혀 있다.
"당신 생각을 켜 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씨익 웃고 있다.
그러는 사이 주인분이 오셔서 엄마와의 사진을 여러 컷 찍어주신다. 생각하지 못한 선물이다. 오늘 하루가 더 특별해지는 기분.
세월의 더께가 느껴지는 이 사진들이 무척이나 갖고 싶었다. 이 욕망은 사진을 잘 찍을 수 있기를 또다시 욕심 내보는 시간이 되어버린다.
입장료에 음료수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팥빙수가 메뉴에 적혀 있다. 팥빙수도 되냐고 했더니 된단다. 사실 1년에 한 번 먹고 싶을까 하는 팥빙수가 올해는 2.5단계에 먹고 싶어서 못 먹었던 터라 내심 엄마에게 양해를 구하고 팥빙수로 주문을 한다. 충동적이었지만 엄마가 너무 맛있다고 하셔서, 이런 충동성은 꽤 괜찮은 것 같다며 혼자 또 씨익하고 웃는다.
카페 마당에서 발견한 난생처음 보는 가지 이파리. 엄마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하신다.
가지 이파리 처음 보는 것이 신기한가? 엄마가 내게 보여준 적이 있었나 궁금증이 불러온다.
마음속에 없었던 전등사를 등산했다. 푸르른 소나무를 보니 어제의 그 힘들었던 마음들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다.
점심으로 갯벌장어를 추천해줬다. 그러나 엄마는 강화도에 왔으니 밴댕이가 드시고 싶으시다고 하신다. 전등사 그늘에 서서 밴댕이 집을 검색했다. 인터넷의 편리함이 여행의 풍요로움을 더해주는 것 같다.
식사시간이 한참 지나서인지, 식당에는 손님이 없다. 시장 안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오기까지 500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20여분은 기다렸는데 그 기다림의 대가를 제대로 주는 맛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오늘 회사 메일을 확인한다. 일벌레도 아닌데, 유난스럽다.
메일을 확인하니, 씁쓸하다. '우와~ 멋진 글이구나'라는 느낌이 오지 않는다. 쓰리쿠션 중에 한 쿠션 빼주시겠다고 해서 한 쿠션만 받기로 했는데, 주신 피드백이 너무 과하여 나 또한 감히 고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새로운 것에 대한 글쓰기가 문제인지,
익숙하지 않음이 문제인지,
길들여지지 않으려는 나의 야생성이 문제인지...
늘 손대고 싶어 하는 빨간펜심을 가진 그들의 마음이 문제인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