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두었던 책을 한참이나 걸려 읽었다. 다 읽고 난 후의 첫 느낌은 '이렇게 한참이나 걸리는 나의 게으름이, 더딤이 이 세상 매칭과 잘 맞지 않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구나'였다.
신장기증에 매칭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한 저자는 미국 재판 연구원 채용이나 의사 채용과 관련하여 입도선매가 발생하는 여러 사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국의 재판 연구원이나 전공의 채용, 뉴욕 고등학교의 입학 시스템 등. 그 시스템에서는 많은 정보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얻고자 치밀한 전략 하에서 매칭을 하고 있었다. 속도와 정보에서 밀리면 좋지 못한 결과는 당연한 것인 그 시장에 제대로 매칭 시스템으로 바꾸기 위한 저자의 아이디어는 단순한 것 같아도 신기할 따름이다. 입도선매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시장을 제대로 된 매칭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설계를 하기 위해 저자는 큰 반대 없이 그들을 어떻게 설득했을까.
'첼로를 팝니다.'라고 적어 몇 달 전 시장에 내놨다. 악기를 시작하기까지의 많은 망설임의 시간이 있었고, 그렇게 선택했던 첫 악기였기에 다른 악기를 바꾸고도 차마 내다 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도 놓지를 못하자, 다른 사람에게 가서 소리 잘 낼 수 있도록 놔주자고 엄마가 제안하셨다.
연습실에서 쓰려고 샀던 것을 처분할 때 너무 저렴하게 팔았다고 선생님이 뭐라고 하셔서 첫 악기는 내가 생각하는 나름의 적당한 선을 고민해야 했다. 시장이라는 곳에서의 가격의 선을 말이다.
대부분 첫 악기는 많은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구입들을 할 텐데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포털의 힘은 대단하구나!'라고 새삼 느낀다. 나는 그 시장의 매칭 시스템을 잘 몰랐던 것 같다. 너무 저렴한 가격에 내놓기엔 내가 이 악기에 공들임을 표현하지 못하고, 저렴한 악기로 전락시키는 것 같아 그러지도 못하고, 그러려고 해도 그 저렴한 가격은 그다지 좋지 않은 악기라는 신호가 될 거라서 나는 가격 내림보다는 일관성을 유지했다.
사려는 입장에서는 혹여 바가지를 쓰는 것은 아닌지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비대면 시기라서 내게 연주(?)까지 시켜보는 상황이 발생한다.
프로라면 악기가 안 좋더라도 고운 소리가 날 텐데..
울림이 없는 공간에서의 녹음은 여지없이 맑지 않은 소리로 들려준다.
애꿎게도 내 무능한 실력을 다시금 탓해본다.
책을 다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에 대한 필요한 매칭에 대한 묘수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나와 함께 살아야 할 듯하다.
저자: Alvin E. Roth
2020.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