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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드kim Apr 28. 2021

책_아몬드

처음 타인의 감정을 해석할 수 있는 나이었을 때에 나는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도 풍부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왜 남의 물건을 건드려!"라는 표현을 썼다.

내가 정한 기준으로 정리해 둔 물건이 흐트러져 있어 화가 났음을 내 나름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이러한 나의 표현에 상대방은

"내가 남이니?"라는 대꾸를 했다.

그럴 때면 나는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도 모를 대답을 했다.

"내가 아닌 사람은 모두 남인 거라고!!!"

네꺼가 내꺼고, 내꺼가 네꺼인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메마르고, 매정한 문장이라고 했다.

거리를 두는 단어. "남"

감정이 건조해서가 아니라 나는 서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대화 시 타인의 행동을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말하려고 했다. 그렇다고 타인의 행동을, 감정을 모두 그들의 기준에 맞게 잘 해석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자잘한 생각들이 너무도 많아졌다.


새로운 사람이 등장했다.

그로 인해 나는 과거의 나보다 더 감정 없는 사람이길 바라게 되었다.

그가 내게 내뱉는 감정 담긴 말의 의미를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현재의 감정들, 그리고 내 앞에 던져진 타인들의 감정 표현을 받아들이는 나의 감정에 대해서 더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할멈의 표현대로라면, 책방은 수천수만 명의 작가가 산사람, 죽은 사람 구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구 밀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진 죽어 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 낸다. 조곤조곤,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소설 속 이 문장처럼 펼치기 전까진 죽어 있다가, 펼치는 순간 조곤조곤,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들을 수 있는 때이기를 대책도 없이 바래본다.

말이 넘쳐나는 이 시대가, 우둔한 내게는 버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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