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눈이 떠졌다.
아침이라 그런 것인지,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통증 때문인지 가늠할 수 없어서 잠시 눈을 부릅뜬 채로 누워 있는다.
심장은 왼쪽이라 했는데 오른쪽이 저려오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스름함에 아직은 아침이 아니겠지 하는 마음에 다시 눈을 감아 보지만 원래의 습성이 제대로 작동하고야 만다. 한번 깨고 나면 다시 잠 못 드는 습성. 참 마음에 안 든다.
그러고 보면 이런 통증은 벌써 세 번째다.
이런 통증이 시작되었던 날이 떠오른다. 계속되는 업무 과다에 통화를 많이 했더니 인후염이 왔는지 목이 따끔거린다. 집에 있던 자가 키트와 체온계로 컨디션 체크 후 출근을 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던 컨디션은 일을 할수록 바닥으로 스멀스멀 가라앉아가고 있었고 급기야 기침을 한다.
먼저 확진되고 돌아온 동료가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 ‘그러게 나도 가고 싶긴 한데 이 일들은 어쩌냐고’ 혼자 궁시렁 거리다 점심시간에 병원을 갔다.
아직 오전 마감시간까지는 1시간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오전 진료는 마감되었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근처 다른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첫 손님일까? 급하게 마스크를 쓰시는 접수하는 분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신다.
검사받으러 왔다고 했더니 조금 기다리라고 한다. 얼마 후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라고 불러주셔서 진료실에 들어갔다.
“제가 알레르기가 심해서 비염이 오면 인후염도 함께 오는 편이라서요. 자가 검진 음성인데, 검사 부탁드려요.”
“자기가 찌르면 거의 음성이야! 아파서 잘 못 찌르거든.”
순간 나는 키트의 급격한 공격에 눈물까지 쏙 뺄 정도의 엄청난 기침을 해댔다. 시간이 지나자 , “자! 봐봐 양성이지?”라고 하며 흥분하셨다.
‘내가 양성인 게 기쁘신가?’ 잠시 생각했다.
처방약 받아서 회사로 돌아와 집에 가기 위한 짐을 준비해서 퇴근했다. 약 한 봉지를 먹고 마감으로 바쁜 일들을 마저 하는데 몸의 반응이 이상하다. 숨이 잘 안 쉬어지고, 온몸이 저려온다. 어지러워서 의자에 앉아 있건만 손잡이가 없다면 넘어졌을 듯하게 휘엉청 휘어진다. 일을 접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보니 결국 다른 날보다 더 늦은 9시에나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누웠으나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쉬어지지 않는 호흡과 가슴 통증, 몸 저림 등으로 밤을 지새워버렸다.
쉬어야 하는데 휴가도 낼 수 없다 보니 모든 것이 서운하게만 느껴진다. 이런다고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하면서 정신 차려보려 하지만 정신력과 신체는 분리된 상태라 마인드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
약국이 문을 열었을 즈음 전화를 했다.
“어제 구입한 약이 저랑 안 맞는 거 같은데, 저림이나 호흡이 잘 안 될 수 있을만한 성분을 가진 약이 있나요?”
“병원으로 전화해서 물어보세요.”
“약은 약사에게”라는 광고는 광고일 뿐인 걸까?
병원으로 전화를 했다. 조금 전 질문과 동일하게…
“의사 선생님 바꿔 드릴게요.”
“어제 구입한 약이 저랑 안 맞는 거 같은데, 저림이나 호흡이 잘 안 될 수 있을만한 성분을 가진 약이 있나요?”
“그런 거 없어요! 이비인후과에서 통상 쓰는 약들이에요.”
“그런데 숨이 잘 안 쉬어지고 손가락 끝이 찌릿찌릿 저려요.”
“전 이 약 처방해서 힘들다고 말한 환자를 본 적이
없어요. 산소포화도를 측정해보든가 해야 하는데 올 수도 없고. 그렇게 힘들면 전화해서 구급차를 보내달라고 하던가요.”
그간 약을 복용하면서 깨달았던 게 있다면 모든 약은 누구에게나 다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작용에 대한 설명서가 약상자에는 항상 포함되어 있을 것이고. 더 이상 이 선생님과 이야기해 봤자, 나의 고통을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다.
구청으로 전화를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통화가 되었는데 일반 군으로 구급차를 보내줄 수 없단다. 대신 영상진료를 추천한다.
‘연결해주는 그 선생님은 내 통증을 귀담아들을 것인가, 이 난리통에?’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차라리 동네 병원 의사 선생님에게 문의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엄마에게 부탁해서 근처 소아과 병원에 들러 나의 처방약 확인을 부탁했다. 많은 환자 진료 와중에도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시간에 전화가 왔다. 예상치 못 했던 전화다.
나의 통증에 대한 얘기를 듣더니 그럴 수 있는 약이 있다고 한다. 대신 다른 약을 처방해주겠다고 한다.
몸에 침투했던 이전의 약이 빠져나갈 무렵, 나의 통증도 잦아들었다. 이주일이 지나도 몸이 잘 회복되지
않는 것 같아서 원래 다니던 병원을 갔다. 확진된 이야기와 약에 대해서 문의를 하니 비대면 진료를 해줬던 선생님과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신다.
“그 약이요, 심장을 조일 수 있어요. 그래서 환자분 같은 분에겐 처방을 안 해요”라고.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그래 나의 엄살만은 아닌 거였어.’ 그러나 그날 이후 가끔 숨이 잘 안 쉬어지고 잠이 툭툭 끊어지고 더 피곤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더 많아지는 거니 나이 탓해보려고 하지만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느 날 우연히 지하철 역사 광고판에 붙은 4차 접종에 대한 문구를 봤다. 주변 어르신들이 4차 접종 후 부작용을 겪고 있다. 나 또한 3차까지의 접종을 하면서 계속 부작용을 겪었고, 그렇게 조심을 했는데도 확진이 되었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 4차 접종은 그래도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부작용으로 온몸이 가라앉아 있는데 브런치의 알림으로 잠시 수면으로 올라와 한참을 웃는다.
“돌연 작가님이 사라졌습니다 ㅠ_ㅠ”
‘그래요, 그럴 뻔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