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도가 높은 신발에 도전하던 날

by 꼬드kim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이모~’하는 조카의 소리가 들렸다. 엄마의 한 마디에 밤 10시, 언니와 조카가 왔다.

무더웠던 밤이었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케이크에 초를 꽂아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음치가 아닌데도 매번 부르는 생일축하 노래의 음정 찾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오늘 같이 느닷없이 치러진 생일 축하에서는 목이 메어 더 잘 불러지지 않는다. 생일인데도 쉬지도 못하고 내내 과제하느라 끙끙대는 딸이 측은해서 전화한 언니에게 동생 생일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생일로 기억해야 하는 날들이, 할아버지가 기억하고 등본에 기록을 남긴 날, 엄마의 기억 속 음력, 그리고 친구들이 기억해 주는 양력. 매년 3차례에 걸쳐 생일 축하인사를 받기가 점점 미안해졌다. 올해는 음력을 양력으로 인식하여 생일선물을 전달한 경영팀 직원 덕분에 무려 4일에 걸쳐 생일인사를 받게 되었다.

"뭐 그리 대단한 날이라구!" 밤늦은 시간에 집까지 달려온 언니에게 건네는 나의 고마움의 표시다.

"조카가 오늘 빨리 주고 싶은 게 있대."라고 언니가 말하자, 옆에 있던 조카가 배시시 웃는다. 뭘까 고민하는 사이 쇼핑백에서 나온 것은 크록스였다. 하얀 크록스에 장식으로 한껏 멋을 냈다. 생경하다.

"장식을 엄청 달았네?"라고 하자, 조카가 "지비츠라고 해. 이거 엄청 편해. 한번 신어봐."라며 이모에게 새로운 문명의 세계를 안내한다. 조카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발을 넣어본다. 인지 못한 사이에 쑥 들어가 버린 발. 뭔가 뭐쓱하고 생소하다.

다음날 크록스 신은 이모 사진을 조카에게 감사의 의미로 보내려고 크록스를 신고 스벅을 다녀오기로 했다. 조카가 뒷끈을 앞에 올려놔야 더 이쁘다고 해서 슬리퍼 형태로 신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밖으로 나가는 순간 나는 넘어질뻔한 아찔함을 경험했다. 동시에 정말 뒤로 넘어갈 듯하게 웃어버렸다.

'뭐야! 이 신발, 신는 기술이라도 필요한 거야? 나 느무 촌스럽네. ㅎㅎㅎㅎ'

분리수거하러 삼색이 슬리퍼 신고 나갔다가 넘어질 뻔 한 이후로 슬리퍼는 안 신고 다니는 걸 생각해 봤을 때 내게 크록스는 위험했다 ㅎ. 늘 딱 맞는 신발만 신던 내게 발을 아무렇게나 움직여도 되는 널찍한 공간이 있는 신발은 참 묘한 느낌을 주었다. 결국 온 발가락과 발등까지 힘주어 스벅을 온전하게 다녀온 나는 기운이 모두 소진되어 사온 요거트를 먹고 낮잠을 자버렸다.

가을 어느 날, 캠프 공고가 단톡에 올라왔다. 1박 2일 연습해야 하니 필요한 사람들은 슬리퍼 등을 챙겨 오라는 준비물 알림 톡이었다. 어떤 분은 크록스가 좋다며 추천해 주셨다. 과한 생각을 자주 하는 나는 슬리퍼 신고 첼로 메고 가다 앞으로 꽈당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선물 받은 크록스를 가져가고 싶으나 이 자유도 높은 신발을 신고 놀래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캠프 1박 2일 내내 외롭게 자유도 적은 운동화를 신고 연습에 몰두했다.

언제쯤이면 이 자유도 높은 신발이 내 발에 착! 맞을는지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쿵!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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