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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채리 Jan 06. 2021

과테말라에 대하여

<과테말라에서 강원도 인제로>


도연에게.


답장이 많이 늦었지?실 지금도 폰으로 쓰는 거야. 사실 파나마를 떠나오기 직전에 휴대폰을 샀거든? 삼성 갤럭시A시리즈라고 보급형 모델이라 저렴해. 나는 300불에 구입했어. 근데 왜이렇게 오타가 나는지.. 어쩐지 이 폰의 타점이 니랑 잘 안맞는 것 같고 말야.. 그래서 폰으로 막 뭐를 많이 쓰다보면 성질 급한 나는 열이 뻗치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폰으로 답장을 쓰고 있다~이말이야 내말이!  

집 구해지면 짐 풀고 속편하게 어느 캐리어 안에서 랩톱 충전기 찾아서 쓰려고 했는데 답장이 너무 늦어지는 것 같아서 결국 폰으로나마 답장을 쓴다.


나는 크리스마스를 3일 앞둔 그 날, 과테말라에 무사히 도착했어. 도착해서 한 일들은 대체로 파나마에서 못 먹던 것들을 먹어재끼는 것이었지.

그 중 1순위는 단연 회였어! 파나마에서는 냉동회밖에 먹을 수 없거든.

아니, 명색이 말이야, 태평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나라인데... 양면이 바다면 뭐해? 잡히는 어종도 적고 신선하지도 않아서 먹을 때면 배탈 걱정을 해야 해. 집이 태평양 바다 뷰를 품고 있을 만큼 바다가 가까운데  해산물은 어디 내륙국가 만큼이나 부실하다는 게... 나는 여전히 납득과 이해를 달성하지 못했단다.

어쨌든 파나마에선 활어회를 먹으려면 낚시를 해서 직접 회를 떠먹는 방법이 유일하기에,  과테말라에 오자마자 회부터 먹었다는 말씀.


두 번째로는 파나마에 없는 깻잎을 왕창왕창 먹었어. 생각보다 그 환희는 이틀 지나니 시들해졌지. 그 다음으로는, 역시 파나마엔 없는 열무와 알타리무로 어머님과 김치를 담갔는데, 이건 아직 내가 원하는 만큼 맛있게 익지 않아서 기다리는 중이야!


그리고 대망의 오늘, 순댓국을 먹었다!!!!

나의 순댓국 사랑을 넌 잘 알고 있잖니?? 시호 낳을 때, 진통을 참아가며 순댓국을 한 뚝배기 비우고 애 낳으러 간 사람이야 내가..

과테말라가 어떤 곳이냐!! 하면?? 바로 순댓국집이 있는 곳이라구! 오늘 아침 어머님이 출근하는 오빠에게(어 그래 참, 오빠의 근황을 전하자면~ 오빠는 과테말라로 오자마자 원하는 직장을 들어가게 됐어!) "채리는 뭘 좋아하니? 뭐 먹고 싶냐 물어봐도 맨날 다 좋다 하니..."라고 물으셨는데 오빠가 단호하고 정확하게 말했대.

"채리는 순댓국 좋아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어머님이 오늘 점심은 순풍가서 먹자고 하시더라고(순댓국집 이름이 순풍이야. 괜히 "순풍,순풍,순풍,야!!!" 외치고 싶어진다니까).


요즘 나의 일과는 어머님이 운전하시는 차를 타고 시호를 아기띠로 앞에 매달고 집을 보러 다니는 일이야. 진짜 애 매달고 집 보러 다니는 건 조오오오올라 힘들다... 심지어 어머님 차에는 카시트도 없기 때문에! 안고 타야되는데 뭐 애가 안겨서 가만히 있냐고..  그런 애를 데리고 차에서 밥까지 챙겨 먹여가며.. 발품을 팔고 팔아 오늘 드디어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해서! 내일은 오빠가 조퇴하고 같이 집을 보러 갈 거야.

아! 순댓국 얘기하다 빠져버렸네. 그니까 오늘도 여느 때처럼 어머님과 시호와 아침부터 집을 보러 다녔어ㅡ 지역도 다른 세 곳에서 집을 보고선, 고단한 몸으로 늦은 점심을 먹으러 순풍식당에 갔지. 이거 먹고 마지막 집을 보러가자! 으쌰으쌰! 순댓국으로 에너지 완충을 꿈꿨으나.. 역시 김시호놈 때문에 내가 코로 먹는지 귀로 먹는지.. 증말ㅜㅜ 쑤셔넣고 나왔다.

한 가지 알게 된 건 시호는 설렁탕을 잘 먹는다는 것. ㅋㅋㅋㅋㅋㅋㅋ 어머님이 시키신 설렁탕을 덜어서 먹이니 아주 잘 받아먹더라고. 간식으로 설렁탕을 먹였지 뭐니.


과테말라는 이런 곳이야. 일년 내내 봄날씨라 날씨가 좋고(계절이 없는 건 조금 아쉽지만), 교민이 많아서 한국 사람에게 필요한 웬만한 건 다 있는 곳.

아! 요샌 한국 슈퍼에서 운송 서비스도 해줘서 한국에서 물건도 부담없이 가져올 수 있대. 슈퍼가 한국에서 컨테이너 띄우는 날, 그 컨테이너에 교민들 짐도 같이 넣어서 가져오는 건데 비용이 나쁘지 않다나봐. 라면박스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박스를 가져오면 8만원? 정도를 운임으로 낸대. 무게는 상관없이 박스 부피로만 운임을 책정하기 때문에 무거운 걸 잔뜩 가져오는게 이득이야.

그래서 난 책을 가져오려고 해. 시호책 그리고 내책!

 그러니 네가 읽을만 했던 책들 리스트업을 해주면 좋겠구나!ㅋㅋㅋㅋ

한달 이내에 내 택배를 과테말라행 컨테이너에 띄울것이니 부탁해~ 요샌 정말 시호를 재우고 나면 책 읽고 싶어 근질근질하다.


다음주엔 이사를 할 것 같아. 조금이나마 안정된 상태에서 다음 답장을 쓸 수 있길 바라며!


인사가 좀 늦었지만, 해피뉴이어 인제댁!

난 이제 네 유튜브 구경가볼 거야.


P s. 폰으로 쓰기 너무 힘들어서 오타검사도 패스하겠다!

시간 날 때 답장 좀.


과테말라에서 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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