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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채리 May 22. 2021

0세부터 100세까지

<과테말라에서 강원도로>

도연에게,


오늘 과테말라에서 처음으로 서점에 다녀왔어. 넓고 근사한 서점인데 안에 카페도 같이 있어서 앞으로 자주 가고 싶은 그런 곳이었어. 서점의 이름은 sophos인데 오늘 그곳에서 사고 싶었던 책을 한 권 사 왔어.


사실 이 책은 한국의 어느 독립 책방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소개된 걸 본 적이 있었어. 피드를 보고서 어떤 내용일지 그 책에 흥미를 느꼈지만 거기서 끝이었지. 당장 사읽을 수 없으니 말이야. 그러다 며칠 전에 아는 지인이 스페인어 제목의 똑같은 그림 표지의 책을 사진 찍어 올린 거야. 그녀는 서점에 갔다가 그저 책 제목이 흥미로워서 찍었다고 했어. 난 단번에 '이 책이 그 책이다(?')를 느끼진 못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도 똑같이 어? 이 책 읽어보고 싶다.. 하고 관심이 생겼는데, 그러다 마침내 생각나버린 거야. 전에 내가 관심을 가졌던 책이라는 걸! 스페인어로 된 책을 읽는 것은 처음이지만(사실 처음은 아니고 앞에 몇 페이지 읽다 끝낸 기억들만 잔뜩이다..) 사실 활자라고는 한 페이지에 한 줄 뿐인 그림책이야! 꺄아


이 책의 제목을 한국어로 직역하면 "100세 인생이 당신에게 가르쳐주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100세 인생 그림책"으로 출간되었더라고. 사서 서점에 앉아 휘리릭 읽어 봤는데, 이 책을 사길 너무너무 잘했다는 생각들이 마구마구 내 세포들을 채웠어.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거든. 뭐 대단할 내용도 심오한 생각 같은 것도 없는 시시한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디로 이사를 가더라도 꼭 들고 가고 싶은, 그런 꿈같은 책을 만난 것만 같아.


그래서 오늘은 너와 함께 이 책의 몇몇 페이지를 나누어 보려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나누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으므로.. 몇몇 페이지의 내용만 너와 나누어 볼게. 

난 스페인어로 된 책을 샀고, 전문 번역가도 아니라서 내가 의역한 표현이 좀 구릴 수도 있지만.. 이해해줘.


0세: 네 인생에서 처음으로 웃게 될 거야.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널 보며 웃을 거란다.

1.5세: 엄마가 어디를 가더라도 언제나 다시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믿음이란다.

6세: 아침 7시에 일어나는 법을 배우게 될 거야. 이제 학교에 가거든.

12세: 이제 부모님보다 더 잘하는 것들이 수두룩해질 거야! 

17세: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곤 하지: 사랑에 빠져버렸구나.

25세: 누군가와 함께 영원히 살고 싶구나.

30세: 행복은 상대적이라는 걸 배우게 되지.

32세: 아이가 생겼니? 그렇다면 잠을 조금만 자고 버티는 법을 배울 거야.

39세: 살면서 누군가를 이렇게 사랑해본 적이 없지.

40세: 또한 살면서 누군가를 이렇게 참아낸 적도 없을 거야.

46세: 어쩌면 누군가를 잃는다는 감각을 배우게 될 거야.

52세: 어떤 꿈들은 이루어지지 않았겠지.

53세: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지.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웠으니까.



책의 절반 정도의 내용을 추려서 적어봤어.

사실 책은 매 페이지 굉장히 예쁜 그림들이 함께지만 다 찍어 붙일 수 없으니..

샘플의 느낌으로다가 한 장만, 첨부해볼게!

68세, 혹시 당신의 정원을 찾았나요 (무의식적으로 60대부턴 존댓말로 번역 ㅋㅋㅋㅋㅋ)




너의 요즘 근황은 정신없이 바쁘더구나.

난 늘 비슷해.. 아이를 돌보고 삼시세끼 밥을 차려 먹이고.. 그러는 와중에 나를 위한 소소한 시간들을 챙기고...

아! 요즘은 다이어트를 제법 성실하게 하고 있어. 매일 아침 공복에 홈트를 30분~40쯤 하고 탄수화물을 줄이는 등의 깝을 치고 있지. 블로그를 보니 작년 이맘때의 내가 하던 짓과 소름 끼치게 똑같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이렇게 매년 깝을 치면서 조금씩 체중을 덜어내고 있으니 나름 발전적인 삶이 아니겠냐며.. 스스로를 응원해본다! 


벌써 5월이 되었다고 생각한 게 금방인 거 같은데, 곧 6월이 되겠구나. 아마 너의 답장은 새로운 계절이 되어서나 받을 수 있겠지. 그 계절의 너는 또 어떤 풍경 속에서 지내고 있을는지, 소식 기다릴게.


그럼 시간 날 때, 답장 좀.

과테말라에서 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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