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포효를 참지 마라.

내가 만난 사자들

by 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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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은 어느 날, 시작이 좋은 어느 날, 레드 도네이션 파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흥과 함께 리뷰 시간을 가졌다. 나의 첫 질문은 이러했다.

"그때 그 꿈, 아직 꾸고 있어요?"


> 과거로 <

다흥과의 첫 만남은 거슬러 2015년 말로 올라간다. 당시 피플액트랩은 네팔 대지진 이후,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릴레이로 진행하고 있었고 그 마지막 프로젝트가 '그림수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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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다흥이 일하던 곳에서 그림수다 프로젝트의 공간과 홍보를 지원해주었다. 사실 그때 다흥과는 전-혀 친분이 없었고 우리 프로그램도 참여하지도 않았다.(어, 그러고 보니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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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수다는 여러 사람들이 그림의 한 조각씩을 그려서 합치면 하나의 풍경이 되는, 그리고 참가비의 일부가 네팔 아이들에게 미술 프로그램으로 전해지는 프로젝트였다. 네팔을 다녀온 후, 그곳에 감사와 리뷰를 전하러 놀러 가던 몇 번에 우연찮게 다흥과 친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내게 몇 가지 물어보고 싶다 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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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질문에 다흥은 대답했다.

"여전히 꿈꾸고 있어요. 가까운 순간에 이룰 거란 생각은 하지 않고.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결국엔 학교 설립, 그것에 닿아 있어요. 제 주변 사람들은 아직 잘 몰라요. 거의 말 한 적이 없거든요. 다들 네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라고 놀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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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금했었다. 1년 사이, 그녀의 행보를 보며, 혹시나 너무 힘들어서 꿈이 변하진 않았을까. 이전에 눈물을 흘리며 말했던 그 꿈 이야기에 상처가 나진 않았을까. 세상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엔 너무 척박하니까, 사실 그걸 버린다고 해서 그게 온전히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니까.


> 과거로 <

눈물이 때론 포효의 또 다른 표현이다. 다흥의 눈물 역시 여러 단어가 담겨 있었다. '내 꿈은 뭐지?'를 고민했던 시간들, 나아지지 않는 상황들, 점점 멀어져 가는 꿈들, 불가능, 불안들.


다흥의 꿈은 '학교'였다. 자신처럼 꿈이 없던 사람이 꿈이 생기면, 나이나 조건에 상관없이 배울 수 있는 그런 학교를 세우고 싶다 했다. 지금의 많은 경험들이 훗날, 꿈을 이룰 그 날의 연장선상에 있기를 꿈꾼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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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남 이후, 우린 가끔 보았다. 그 꿈 이야기가 잊힐 때 즈음, 나는 다흥의 레드 원피스를 입은 연말 사진을 보고 파티를 하자고 제안했다. 친목 파티로 시작한 우리의 이야기는 좀 더 의미 있는 시작이었으면 하는 다흥의 뜻대로 '생리대'를 지원할 수 있는 기부파티로 성장했다. (사실 이때 가임기 여성지도가 나와서 둘 다 화난 상태였음.) 이름하야 '레드 도네이션 파티' - be over the moon(대단히 기쁜) the frist moon day(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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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도네이션 파티, 다흥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나요?"

"회사 소속이 아닌 개인으로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어요."


'PAL이 나에게 이렇게 힘이 될 줄 몰랐어요.'라고도 말해줬다.(헷) 인터뷰 답변을 적느라 다음 질문을 하지 못하는 나를 위해 다흥은 "체셔랑 해서 좋았던 점은요~, 끝난 이후 저의 마음은요~" 등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해주는 센스를 발휘했다.(쌩유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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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가 끝난 후 다흥은 "마무리에는 아- 했다.라는 기쁨이 제일 컸고 지금은 처음보다 '조금 더'라는 욕심이 생겼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 '행사쟁이'라고 표현했다. 회사 소속일 때도 행사를 했겠지만, 그곳을 벗어난 지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 과거로 <

레드 도네이션 파티를 준비하며 다흥은 참 많은 반응을 마주했다고 이야기했다.

"남자들은 남사스럽게. 그런 반응이었어요. 남자들 초대하면 ‘제가요? 이거를요?” 하고, 공유라도 부탁하면 부담스러워했어요. 친구라는 이름으로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남자랑 여자는 달라. 멀어- 그런 느낌."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에서 다흥의 생각이 뻗은 그 지점에 놀랐다.

"어떻게 보면 ‘성생활’이란 부분에서 남녀가 굉장히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면 '생리'는 ‘성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근데 서로 또는 각자 ‘성생활’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면서, 왜 생리는 이야기하지 않는 걸까요? 생리는 결국 여자만의 일이 아닌 거예요. 그리고 남자에게 생리 같은 것들이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요. 서로 더 잘 알수록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말하지 않는 건 오해의 시작이니까요."

그녀는 스스로 불편하다고 느낀 지점들을 속으로 삭히지 않았다. 무엇이 이상한지 스스로 판단하고 궁금해했다. 그녀는 내가 지금껏 만나온 수많은 사자들 중 하나였지만, 지금 이제 막 자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기 시작한 어린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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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껏 만나온 '사자'들은 공통점이 있다. 차라투스트라가 말한 사자가 가진 힘과도 동일하다.

새로운 창조를 위한 자유의 획득

나는 차라투스트라가 말하는 낙타, 사자, 어린아이의 비유 중에 사자의 상태가 가장 멋지다고 느낀다. 기존의 질서 앞에서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존재라고 했다.(얼마나 멋져-!) 새로운 가치를 위해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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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흥도 그러했다. 이전의 과정에서, 이번 레드 도네이션 파티를 준비하면서, 이 모든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생각과 궁금증을 스스로 알아보고 판단하기 시작했다. 세상이 또는 누군가가 이러해야 한다.라는 그 지점을 벗어나 스스로의 의미와 의도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 이제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어린아이가 되는 것이다. 그녀는 그 과정의 첫 시작을 이제 막 시작한 듯 보였다.


앞으로 사자와 어린아이를 많이 만나고 싶다. 기대된다. 얼마나 다양한 세계를 가진 이들과 만나게 될지-.


당신이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도전은
길에서 만나는 갈림길과 같다.
당신은 가야 할 길들
-되돌아 갈 것인지, 전진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 돌파할 것인지- 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 이피아니이 에녹 오누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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