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연습 II - 삼시세끼

여행과 음식

by 체셔

나는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이번 여행에서도 딱히 요리를 위해 뭔가를 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삼시세끼 배 터지게 무언가를 먹었다.

정해진 시간 없이 내 몸에 맞는 시간에 일어나, 야외 테이블에서 뉴욕 스타일 아침을 먹으며 간밤의 일들을 다시 이야기한다. 불구덩이 같았던 아랫방과 다양한 잼들을 맛보며 역시 누텔라가 진리라는, 소소한 이야기들로 하루를 시작했다.


매 식사마다 어색한 사이가 한 팀이 되어 요리를 준비했다. 요리를 준비하며 둘이 친해지라고(ㅋㅋㅋ) 그런데 의외로 그 케미들의 요리 솜씨가 가히 놀라웠다. (아, 열심히 요리만 했던 것인가-!)

자유탐험가의 처음 해본다는 닭볶음탕은 매운맛과 덜 매운맛으로 8인분이 넘은 듯 많았는데 금세 바닥을 보였다. 다들 감탄에 감탄을 더하며, 쫄깃하게 씹히는 버섯과 매콤한 국물, 닭고기에 흠뻑 반해버렸다. 거기에 산산이 부는 바람과 초록촉한 풍경까지! 와우!

그러고 조금 뜨거워진 한 낮, 각자의 시간들을 보내다 마당 한쪽에 보이는 울긋한 빨간색. 자세히 보니 딸기였다. 하나를 따고 보니 그 옆에 또 하나, 그렇게 한 움큼. 깨끗이 씻어 하나씩 나눠먹는데, 진짜 그렇게 달 수가 없다-!!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눈에 띈 그때 먹어볼 수 있는 자연 딸기.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저녁이 되고(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진짜 담에 뭐 먹지-? 만 생각한 것 같다ㅋㅋㅋ) 저녁 요리팀은 찌개를, 언니 오빠들은 나무와 불의 사투를, 나머지 아그들은 야채와 밥을- 그렇게 우리들의 마지막 날 밤을 아우르는 바베큐 파티가 시작되었다. 맛있는 음식에, 좋은 사람들과, 한산한 곳에서, 우리들의 웃음소리만 가득했다.

그러다 양송이 가득 버섯물이 모였을 때,


"우리 짠-하자!"

"그거 다 소용없대~"

"그래도 짠-"

"짠~"


여행에서 절대 빠져선 안 될, 아니- 삶 전체에서 빠질 수 없고 빠져서는 안 되는 부분, 음식. 우리가 여행을 온 건지 음식을 먹으러 온 건지 너무 구분이 안되어 삼시세끼 같았다며 웃었지만, 아마도 이건 맛있는 음식을 그대들과 함께 먹어서였던 것 같다.


요즘엔 혼밥이 트렌드라, 식당에서도 카페에서도 여행에서도 홀로 다니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혼자서 무엇인가를 해내야 할 시간도 삶에서 꼭 필요하든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하는 시간을 익히는 것 역시 꼭 필요하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도, 아주 모르는 사람과도, 나와 다른 사람과도.


우린 결국 함께 해야 한다. 세상 모든 것을 혼자 해낼 수 있다-라는 분위기가 만들어갈수록 사실 사람은, 아니 우리는 잃는 게 더 많다. 함께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고 사람 수만큼 곱절로 늘어나는 미지수의 영역이며, 꿈꿀 것이 더 많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함께 하자.


새로운 요리의 발견이
새로운 별의 발견보다
인간을 더욱 행복하게 만든다.
-앙텔므르야샤바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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