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연습IV - 4가지 배움

떠나옴, 돌아옴, 비움, 채움

by 체셔

사람마다 여행에 대한 감각이 다를 것이다. 여행 스타일도 다르고, 방식도 다르고. 어떤 이는 길가에 핀 꽃이 눈에 담길 것이고, 어떤 이는 함께 걷는 이와의 관계가 더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다. 여행을 시작함과 동시에, 우린 수많은 감정과 배움을 경험할 수 있다.


가장 큰 것은, 일상에선 보지 못했던 나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빴다면, 한가로움을 못 견뎌하는 나를 보고 놀랐을 수도 있고, 내가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보며, 다독이는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시간, 새로운 사람들이 주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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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옴 ]

일상으로부터 탈피는 언제나 달콤하다. 피곤하고 일에 지쳐있었다면, 더욱 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새로운 풍경을 만나는 일을 언제나 설렌다. 그리고 동시에 두려움이 있다. 적당히, 긴장할 수 있는 기분 좋은 두려움의 정도. 새로운 곳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일어날지도 모를 사건, 가깝지 않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날 새로운 경험과 같은 일들이 주는 긴장감이 마음을 자극한다. 여행을 시작하는 것운 생각보다 어렵지만 막상 시작하면 그만큼 쉬운 일이 없다.


그래서 떠나옴은 정작 이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곧 만남을 뜻하기도 한다. 새로운 나와의 만남을. 새로운 나를 발견할수록 내 삶에 대한 깊이가 더해지니까, 이 여행은 자꾸 시도되어야 한다.

작은 변화가 일어날 때, 진정한 삶을 살게 된다.-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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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옴 ]

또 동시에 여행이기에 우린 돌아갈 곳이 있다. '일상'이라는 곳. 정작 새로운 곳에서 느꼈던 불안과 불편함이, 익숙함으로부터 해소될 때. 그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때로 여행이 주는 환상에 취하게 되면 돌아옴이 조금 힘들어진다. 계속 그 상태에 머물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럴 땐 꼭 생각해보자. 내 일상이 얼마나 내 마음대로 안되고 있는지를. 분명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한때 여행을 하는 동안 기도를 한 적 있다. 일상에서도 여행하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이 마음을 지켜 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그래서일까, 일상을 여행으로 사는 것은 언제부턴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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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경을 마음에 깊이 담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늘 봤던 풍경도 내일 보면 또 새롭다. 익숙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자연이야 말로 그렇게 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엄청난 것이다.


사람도, 당연히 여기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가 지금 이 곳에서 만난 것이지 않는가. 어떤 다리가 놓였길래 우리가 오늘 이렇게 만났을까요?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일상에서도 그리 대하면 된다. 그래도 가끔 사람에 지칠 때, 여행에서 잠시 스쳐 만나는 것처럼 알고 싶은 만큼만 아는 것도 괜찮다.


[ 비움 & 채움 ]

사실 여행을 하며 비운다는 말을 좀 이상하다. 비워지는 건 통장 잔고 정도. 고민과 걱정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간을 보내면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음이 조금씩 올라와 내 마음을 여유로 조금 물드는 것. 그래서 여행은 비움과 채움이 동시에, 그리고 떠나옴과 돌아옴이 언제나 공존하는 것이 아닐까.


감각 여행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문득 느낀 것이, 이 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여행'을 하고 우리는 '초대와 보냄'을 반복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진심으로 초대하고 싶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내주고 싶다. 이 곳에선 그저 쉬다 갔으면 한다. 앞으로도 가장 억지스러운 모습을 벗어던질 수 있는 곳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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