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읽은 책에서, 현대의 의학 발전의 기준은 ‘남성 신체’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하여, 인류의 역사와 끊임없이 함께해 온 여성의 생리와 출산 관련된 부분의 연구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래서, 만일 생리가 남성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면 생리통 연구가 활발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땐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임신을 하며, 이게 얼마나 맞는 소리인지 깨닫게 되었다.
입덧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유명한 임신 출산 관련 바이블로 여겨지는 책에서 조차 ‘~~라고 여겨진다.’라고만 표현되어 있다. 또한 입덧약조차 몇 년 전에 처음 생겨났다고 한다. 내 친한 언니는 아이가 두 명인데, 첫째 때는 입덧 약이 없었고, 둘째를 가졌을 때 처음으로 입덧 약을 먹었다고 한다. 아이의 터울이 크지 않음을 고려했을 때, 굉장히 매우 최근에 생겨난 약임이 피부에 와닿는다. 또한 이 약은 한 알에 2,400원 정도로 매우 비싸며,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입덧 강도에 따라 하루에 2~4알 정도를 먹는다고 하면 최소 5~9천 원이 소요되는 것이다. 입덧 기간을 고려하였을 때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높은 비용도 문제지만, 부작용이 ‘졸음’이라는 것 또한 문제이다. 의사 선생님께서 권장해 주신 대로 처음 2알을 먹었을 때, 혀가 약간 얼얼해지는 기분과 함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졸음을 느끼고 잠에 빠졌다. 입덧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렵기에 약을 먹었는데, 약 부작용인 졸음으로 일상생활을 삭제시켰다. 입덧을 느낄 수 없도록 잠을 재우는 게 목표인 걸까? 싶을 정도로 잠이 심하게 왔다. 하여, 현재 나는 하루 한 알로 테스트 진행 중이다. 그러나 또 문제점이, 이 약은 먹고 나서 4~6시간 이후에 효능이 나타난다고 한다. 하여, 아침이나 공복에 입덧이 심한 경우는 밤에 먹고 자면 딱인데, 나처럼 낮에 혹은 음식 먹은 뒤 울렁거림이 심해질 경우에는 새벽에 화장실 가느라 깼을 때 먹어야 점심 즈음부터 효과가 나타난다. 그럼 점심까지 쏟아지는 졸음에 사경을 헤매게 된다.
지금 나는 입덧 약을 두고 생체실험을 진행 중에 있다. 내 일상생활도 지키면서 울렁거림과 구토를 최대한 막을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어떻게 되는 걸까? 좀 더 많은 의학 연구를 통해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여성의 임신과 출산 관련 연구도 무럭무럭 진행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