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으로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시기라고 하는 임신 초기. 평소와 같은 일상에는 큰 변화를 못 느끼는 나지만 요즘 들어, 특히나 현시점에서 나의 눈물을 왈칵 쏟아지게 하는 눈물 버튼이 있다. 바로 유튜버들의 출산 브이로그. 물론 출산의 모든 순간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말로 풀어주는 후기라던지, 아니면 소리로 그때의 상황을 전달해 주는 영상을 볼 때면 울컥하곤 한다. 아직 내가 겪지 못한, 두렵고 미지인 출산인 순간에 대한 공포도 있지만, 그중 제일 나의 눈물 버튼을 눌러버리는 건 바로 출산한 직후 엄마가 된 딸을 바라보는 친정어머니의 표정이다.
어렸을 때부터 지속된 동생들과 나의 차별과 감정 학대로 어머니와 연을 끊은 지 5년을 지나가고 있다. 곧 있을 나의 결혼식 때문에 간간히 전달사항을 메신저로 주고받지만 감정적인 서포트나 따뜻한 눈길 등은 오히려 내가 거북하고 바라지 않는다. 그냥 그런 거다. 출산한 유튜버들의 부모님과 같은 눈길과 수고했단 한마디를 나는 받을 수 없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많이 부럽다. 출산 후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미역국, 입덧하는 동안 잘 먹으라고 챙겨주시는 반찬 등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나도 서럽고 속상하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몇 주 전에 임밍아웃을 하러 남자친구의 부모님 댁에 찾아갔을 때, 아침 식사로 시어머님께서 한상 가득 반찬을 차려주셨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내가 이런 집밥을 몇 년 만에 얻어먹는 건지를. 17살부터 집을 나와서 살며 어느덧 인생의 반을 독립해서 살아오게 되었다. 그만큼 나는 본가와 애착이 없었고, 아무렇지 않을 것이라 여겼는데 임신을 했더니 새삼 온갖 것들이 다 서러워지고 있다. 언젠가 엄마가 밥상을 차려주며 ‘앞으로 너한테 몇 번의 밥을 더 차려줄지 모르는데, 잘 차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밥이 마지막 밥이 될 줄은 몰랐지.
임신을 하고 있는 내가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지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 자식이 커서도 종종 찾아올 수 있도록, 휴식과 안정을 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지. 그래서 세상살이에 힘들어할 때,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위로로 감싸 안아 줄 수 있는 부모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내가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제공한다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불가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니까. 내가 자식의 입장으로써 어땠는지를 늘 되새기며 아이를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