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알밤 Jul 18. 2023

9주 차: 입덧.. 입덧.. 입덧..!


9주 차에 들어서며 입덧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입덧의 종류에는 먹덧, 토덧, 침덧, 체덧 등 다양한 증상이 있다고 한다. 빈속일 때 속이 쓰리고 울렁여서 먹을 수밖에 없는 먹덧, 음식물을 먹은 후 속이 좋지 않아 토하게 되는 토덧, 어떤 음식도 물도 못 먹고 심지어 본인 침 때문에 토하는 최악의 침덧, 그리고 음식을 먹은 뒤 소화가 되지 않아 명치가 답답함을 느끼는 체덧 등이다. 내 경우는 토덧과 체덧이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다. 오히려 속이 공복일 때 평안함이 유지되기에 최대한 아침을 늦게 먹고 약기운이 가시기 전인 4~5시쯤 저녁을 일찍 먹어버린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면 그제야 속 쓰림이 찾아와 잠에 들지 못하게 괴롭힌다.


이 모든 것들은 다 호르몬의 작용이라고 한다. 호르몬 때문에 속이 아프고, 호르몬 때문에 어지럽고, 호르몬 때문에 허리와 발목이 아프다. 호르몬이 뭐길래, 인간은 이렇게 나약하게 호르몬의 노예가 되는 것인지. 그것도 임산부는 그 호르몬 덕분에 뭐 이리 많은 것들을 겪고 느껴야 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학 때 Biology 강의를 좀 더 열심히 들어볼 걸 하는 후회가 이어진다. 나는 임신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좀 더 준비했어야만 했다. 그러지 못한 부분이 아쉬워지는 한편, 알게 되었다면 과연 임신에 도전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이어진다.


최근 입덧이 심해지며 또 하나 심해진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꿈꾸기이다. 놀랍게도 꿈을 더 생생하게 자주 꾸게 된다. 며칠 전에 나는 우주로 로켓을 날렸고, 스파이가 되었으나 발각되어 추적을 당하기도 했고, 희대의 사기꾼을 돕느라 온 정신을 쏟기도 했다. 생생하고 드라마틱한 꿈 꾸기 덕분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남자친구에게 하고 있는 한편, 워낙 생생하다 보니 꿈을 꾸고 나면 지쳐서 일어나자마자 피곤함을 느끼고 다시 누워버리곤 한다. 내가 이렇게도 상상력이 좋은 인물이었던가 싶을 만큼 생생하고 디테일한 꿈들이 이어지는 요즘, 아동 과학 소설 작가가 되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 낮잠에 들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즐겨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8주 차: 자식이 엄마가 된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