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이 드디어 시작했다. 처음엔 긴가민가 했다. 왜냐하면 단순히 식욕이 떨어지고 냄새에 예민해지기만 했기 때문이었다. 냉장고 냄새가 거슬리기 시작하고, 점점 진해지는 내 체취가 거북해졌다. 냉장고에 사용한 커피 캡슐을 넣어 냄새를 중화시켜보고자 하고 침구도 계속해서 세탁했다. 그리고 결국 소화가 안되기 시작하고, 어지럽고 구토감이 들기 시작했다. 가장 충격적인 순간은 그렇게 좋아하던 라떼를 반잔도 못 마시게 된 날이었다. 마시는 것에 자신 있고, 게다가 내가 없어 못 사는 커피였다! 이럴 수가.. 좌절감을 맛보며 그날부터 아침저녁으로 내 속 컨디션을 눈치 보기 시작했고, 레몬 사탕을 입에 달고 있게 되었다. 속이 더부룩하니 탄산수를 자주 마시게 되었다. 결국 줄사탕으로 인해 입천장도 까지고 구토와 탄산수로 위도 쓰리기 시작했다. 아 이제 인정할 순간이다. 입덧이다.
나의 태몽은 옥반지였다. 어머니께서 직접 꾸셨는데, 꿈에서 양쪽에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두고 셋이서 길을 걷고 있으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머니께서 길에 떨어져 있던 옥반지와 쌍가락지를 주으셨다. 쌍가락지는 시어머니께 드리고 옥가락지를 친정어머니게 드렸다. 그 후 신기하게도 외가에는 내가 마지막 여자로 태어났고, 친가는 자매가 연달아 태어났다. 그래서 내 이름엔 평이하게 사용되는 한자가 아닌, 옥이라는 뜻이 들어간 한자를 사용한다. 이때부터 나는 은연중에 태몽을 믿기 시작했다. 외국 친구들에게 이러한 이야기와 내 이름의 유래를 이야기해 주면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마치 동양의 신비를 보는 양 나를 바라봤고, 나는 서양에는 태몽이 없다는 것에 놀랐다.
임신한 내 아이의 태몽은 내가 꾸었다. 임신인지도 모르고 있던 어느 날, 새벽에 자다 깨서 꿈을 꾸었다며 자고 있는 남자친구를 급하게 깨웠다. 꿈에서 하얀 마네킹 혹은 고대 그리스 조각상 같은 여자가 내 앞에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을 엄마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 하얀 조각상이 내게 차를 주겠다고 했다. 나는 ‘네 엄마 주세요’라고 답했다. 흔히 차를 준다고 하면 차키를 건네주거나 차 옆으로 데려가거나 할 텐데, 이상하게도 내 품만 한 하얗고 빛나는 차를 내게 ‘내려주었다’. 그리고 그걸 나는 양손으로 내 품에 받았다. 이렇게까지 남자친구에게 설명하고 나는 다시 잠들었고, 남자친구도 여태까지 이런 적 없었는데 신기하네라고 생각하며 잠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몇 주 뒤 임신을 알게 되었을 때, 태몽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둘이 퍼뜩 이 일이 생각났다. 계산을 해보면 임신 2주 차 정도 되었을 때였다. 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태몽을 믿는 나는 태몽임을 확신했고, 태몽을 믿지 않는 남자친구도 태몽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된 순간이었다.
흔히 태몽은 자연물의 형태로 많이 꾸는 듯했다. 매달린 감, 울부짖는 돼지, 커다란 구렁이 등. 그리고 사물에 따라서 성별도 가늠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꾼 태몽은 너무나도 ‘차‘ 였다.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찾아봤지만 자동차 태몽은 별로 없는 듯했다. 뭐 어때, 나 자신의 태몽도 옥반지였는데 차 일수도 있지. 이렇게 해서 아기의 태명은 ’ 차차’로 하기로 했다. 나는 태몽을 생각해서 차차의 성별은 남자일 것으로 예상했다. 남자친구는 반대로 여자로 생각하고 있다. 둘 다 어떻든 괜찮다. 운전을 잘하는 멋진 어른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운전을 하지 못하는 덜 멋진 어른인 나는 조만간 운전대를 잡아보도록 할 예정이다. 차차 엄마로서 기강을 좀 잡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