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일찍 눈뜨자마자 산부인과로 향했다. 첫 초음파를 하는 날이었다. 검사를 시작하자마자 모니터에 땡그란 동그라미가 보였다. 이리저리 초음파 기계를 돌려봐도 저 땡그라미가 사라지지 않았다. 내 첫 소감은 ‘땡그랗네요’였고, 의사 선생님 첫마디도 ‘땡그랗죠’였다. 의사 선생님께서 설명하시기를, 난황이라고 하셨고 위치와 모든 것이 좋다고 하셨다. 친구와 가족들에게 초음파사진을 보냈고, 사촌 언니는 땡그란 사진을 보며 ‘벌써부터 귀엽네’라고 해줬다. 땡글~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는 외국에서 살고 있다. 올해 초 귀여운 딸이 태어났고, 출생 등록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다고 했다. 갓 100일을 넘은 신생아를 만나는 건 너무 오랜만이기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남자친구와 함께 친구네 가족을 만나러 갔다. 선물을 사고 길을 찾느라 약속시간에 조금 늦어, 발길을 서둘러 음식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구석에 앉아있는 친구와 그 앞에 있는 작은 생명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 소중한 오랜 친구의 딸이라니. 친구가 울지 말라며, 자기도 울 것 같대서 간신히 눈물을 멈추는데 쉽게 멈춰지지 않았다. 친구와 친구 남편은 나와 동갑으로, 둘은 오랜 기간 연애를 했기에 이전에도 몇 번 어울린 적이 있었어서 금방 분위기를 풀고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의 딸은 충격적으로 귀여웠다. 나는 사촌 언니의 조카들 3명을 5년 동안 같이 살며 돌봐왔고, 여전히 잘 지내기에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내가 아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사촌 언니의 아이들이 좋은 거지 사실은 아이들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속물 같을까 봐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지만 속으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친구의 아기는 너무너무 귀여웠다.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쳐다보는데, 다행히 아기도 내 얼굴을 보며 빵긋빵긋 잘 웃었다. 동글동글 웃기게 생겼다는 말을 듣는 내 얼굴이 뿌듯한 순간이었다.
요즘 나의 가장 큰 궁금증은 ‘부성애’이다. 과연 아빠는 언제 부성애가 생기는가. 아버지에게도 임밍아웃하며 물어보았으나, 태어난 당시에 막 생기지는 않았다고 한다. 막 태어났을 때는 책임감과 두려움이 컸다고 한다. 그러나 커가며 웃는 모습을 보며 조금씩 부성애가 생겼다고 말씀하셨다. 친구 남편에게도 언제 부성애가 생겼냐며, 아기가 태어난 순간이었냐고 물어보자, 색다른 대답을 들었다. 내 친구는 자연 분만을 시도하던 중 상황이 좋지 않아 응급으로 제왕절개를 했다고 한다. 하여, 아이는 나오자마자 친구 남편에게 맡겨졌고, 내 친구에게 모든 의사들이 매달려 조치에 들어갔는데, 친구 남편은 아이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한다. 오직 내 친구가 온몸이 떨리며 좋지 않은 상황을 겪어 거기에만 온 신경이 쏟아졌다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고 한다.
흔히 하는 말로는, 아이가 태어나면 모든 사람들이 주목을 아기에게 한다고 한다. 시부모님이든 친정 부모님이든. 산모는 그 누구의 안중에도 없다고들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내 친구의 남편은 그 순간 내 친구를 케어하고 있었다는 것에 놀라움이 느껴졌다. 늘 느끼고 있었지만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내 친구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린 모습을 보며 뿌듯하고 감사했다. 내 친구는 평생을 착하게만 살았다. 그랬기에 이러한 모든 행복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친구네 부부는 조만간 해외에 있는 본인들 집으로 오라고 초대했다. 빠른 시일 내에 나도 남자친구와 아이와 함께 방문하길 소망해 본다. 다 같이 넓은 초원에 앉아 피크닉 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행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