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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알밤 Dec 04. 2023

29주 차: 마음의 평안을 위한 뜨개질과 심장박동


최근 들어 부쩍 심해진 불안감과 더불어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우울감이 크게 덮쳐오기 시작했다. 근처 문화센터에서 겨울학기 등록을 시도했으나 대부분 겨울학기는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을 들어야 하는 강의들 뿐이었다. 듣고 싶었던 자격증 강의는 출석률도 점수에 들어가기에 신청을 취소했다. 무언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다들 하는 말이 아기가 태어나기 전인 지금이 제일 자유로울 때라는데, 무언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초조함에 집 근처 원데이클래스 및 기간이 짧은 강의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코바늘 뜨개질 공방을 발견했다.


코바늘 뜨개질은 늘 배워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였다. 10대부터 20대, 30대에 이르기까지 몇 번이고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하던 기억이 있어 망설여졌으나, 집 근처에 공방이 있기에 초보 수강권 4회를 끊고 그날부터 바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1:1 수업이라고 했으나 1:1도 아니었고, 제대로 된 커리큘럼도 없어서 실망했으나 이미 나는 수강료를 10만 원이나 냈다! 돈 아까운 짓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나인만큼 집으로 돌아가서도 유튜브 튜토리얼을 찾아보며 계속해서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의 첫 코바늘 작품 붕어빵을 완성했다. 몇 번이나 실패했던 뜨개질을 이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오랜만에 성취감을 느끼자 신나 지기 시작했다. 이제 차차의 유모차 모빌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작은 인형이나 키링 등 소품들을 계속해서 떠볼 예정이다.


집 소파에 앉아서 가만히 뜨개질을 하는데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고 숨이 차는 일들이 종종 생겼다. 손목에 차고 있는 애플워치에서는 내가 움직이지 않는데 심박수가 120을 초과했다며 알럿이 뜨기도 했다. 심박수 120이면 내가 달리기를 할 때나 볼 수 있는 수치였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임신 후기가 다가올수록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심장에 무리가 간다는데 그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아무래도 최근 들어 심해졌던 나의 불안감은 높아진 심박수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불안장애의 경우, 심박수가 올라갈 경우에도 상태가 나빠지곤 한다. 불안해서 심장이 뛰는 건지, 심장이 그냥 뛰는 건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할 때의 증상, 예를 들어 심장이 빨리 뛰고 어지럽고 손에 땀이 많이 나면 머리가 ‘나 지금 불안하구나’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원인을 찾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차분하게 뜨개질을 하며 좀 더 마음을 편안하게 가다듬도록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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