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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알밤 Nov 21. 2023

28주 차: 임신 후반부가 다가올수록 커지는 불안


28 주차가 되었다. 이제 한 주만 지나면 임신 8개월로, 후반부에 들어서게 된다. 나름 굉장히 평안한 임신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전부터 유튜브 알고리즘에 임신 20주 후에 발생하는 유산에 대한 이야기와 유명인들의 임신 중 후반기 유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보며 마음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불안장애가 다시 도지기 시작한 것 같았다. 차마 남편에게는 이야기하지 못하고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뜨개질에 미친 듯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원래도 불안장애로 오랫동안 치료받고 있었던 상태였던 데다가, 평소 성격이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편이다. 혹시나 나의 기대치와 설레발로 일을 그르치게 되면 그 후 상황을 내가 감당하지 못하고 심하게 힘들어하기 때문이었다. 스스로한테도 그런데 하물며 남들에게 공언했다가 일을 그르치면 어떡해야 하는 걸까. 늘 그래서 남모르게 시작하고 결론이 난 후, ’ 최근에 이런이런 일을 했다 ‘며 이야기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임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너무 드러난다. 그리고 난 이미 많이 이야기를 해버렸다. 주변 친구들엔 안정기가 되고 알렸지만 어쨌든 알리긴 알린 것이다. 그리고 우리 집 창고는 벌써 유모차며 바운서며 아기 물건들로 가득하다. 거실 책장엔 영어 일본어 한국어 그림책이 가득가득 꽂아져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기분이어서 책장을 볼 때마다 심란했다.


안 그래도 최근 허리도 아프고 날도 추워져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는데, 더 있다가는 내 불안에 내가 파묻힐 것 같아 남편과 오랜만에 호수공원에서 산책하러 가는 동안 차에서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요즘 이런이런 일로 인해 내가 많이 불안하고 무섭다. 이 때문에 한동안 열심히 하던 육아용품 당근거래도 안 하고 있다. 담담히 이야기를 듣던 남편은 다정하게도 내게 그런 일이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그게 절대 나의 탓은 아니며,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건 나 본인뿐만 아니라 차차에게도 좋지 않다고 말을 해줬다. 그리고 혹여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 가서 걱정해도 늦지 않다고 해줬다. 맞다. 내 불안은 모두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것들이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이런 말이 있었다. ‘People create their own monster.'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며, 실제로 맞닥트리고 보면 생각보다 덜 무서운 경우가 많다는 내용이었다. 늘 기억하고자 하던 문장이었지만 한동안 잊고 있었다. 다시 한번 이 기회에 마음에 되새겨야겠다. ’Your anxiety is lying 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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