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도 결국 다 장삿속
이 글은 몇 번이나 다시 쓰려고 켰다가 닫았다를 반복했다. 글을 쓰기 위해 그때 남겨놓은 메모장을 켤 때마다 고통스러웠던 기억과 함께 눈물이 다시 올라와서 힘들었기 때문이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다시 메모장을 켜고 좀 더 정돈된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해 보고자 굳센 마음을 먹어보았다.
출산 병원에서 출산하자마자 남편은 조리원에 전화해 입실 날짜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방이 부족하여 스위트룸에 배정될 것이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분만 입원기간인 2박 3일을 채우고 조리원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내가 예약한 조리원은 1/ 출산 병원과 연계가 된 곳이었고 2/방은 일반실, 디럭스, 스위트 3개 종류 중 두 번째인 디럭스 룸으로 13박 14일 예약했고, 만약 방이 없을 경우 반드시 계약 금액 그대로에서 업그레이드만 될 것이라고 확인받았다. 그리고 계약 전에 반드시 확인했던 내용이, 내가 미리 견학해보지 않은 곳은 가고 싶지 않으니, 3/ 자리가 없을 시 병원 & 현 조리원과 연계된 제3의 곳으로 배정될 수 있는 것은 OK, 그렇지만 제3 다른 곳은 싫다고 이야기해 두었다. 차분해 보이시는 전형적인 병원 수간호사 느낌이라 믿음이 갔던 조리원 원장님, 그런데 이분은 조리원은 입실과 더불어 바로 장사꾼이 되셨고, 자연분만을 억지로 당했다는 정신적, 육체적 충격과 호르몬의 널뛰기를 겪고 있는 나를 더 사지로 밀어붙이는 악마가 되셨다.
출산 병원 퇴원 후, 조리원으로 향했다. 짐이 많아 남편이 남편 차로 큰 가방을 운반하고, 나와 차차는 엄마차에 타서 조리원에 먼저 도착했다. 조리원에 들어가자마자 입구에서 기다리던 조리원 원장은 남편 외엔 보호자로 입소가 불가하다며 엄마를 돌아가시라고 떠밀었다. 그래서 내가 남편이 코로나라 엄마가 와계신 거라며 설명을 하자, 바로 눈빛이 변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 짐을 ‘마음방’이라고 불리는 작은 방에 넣으며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다시 돌아온 원장은 남편이 언제부터 코로나였는지, 산모님은 코로나 아닌지를 묻기에 나는 그 전주에 확진받았으나, 출산을 위해 병원 입원 시 검사했을 때 음성이었고, 남편은 그때 확진을 알게 된 거라 이야기했다. 그러더니 산후조리원은 면역력이 약한 산모와 신생아가 있는 곳이라 전염병에 민감하다며, 자기 기준으로는 코로나 확진 후 10일이 되지 않으면 입실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도 아직 10일이 되지 않았으니 코로나 환자라며, 입실 불가이니 돌아가던가 아니면 이 ‘마음방’이라는 임시방에서 나오지 말고 14일 동안 있으라고 했다. 지금 보니 차차도 황달기가 있고, 남편은 코로나라 집으로 갈 수도 없을 테니 애는 우리가 봐주겠다며. 이제 간신히 조리원에서 쉴 수 있나 했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출산 병원에 기록이 있으니 확인해 보시라 했으나 그 말은 계속 무시하셨다. 분명 출산 병원과 이름도 같고, 산부인과와 소아과 연계가 잘 되어있다고 상담 때 들었는데.. 그래서 일단 조리원 관련 내용은 남편이 통화했으니 남편이랑 통화하시라고 하고 넘겼다. 지금 2024년이고, 국가 권장 코로나 격리 기간도 5일인데, 하물며 나는 병원에서 검사했을 때 음성임을 판정받았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차차 황달을 들먹이는 순간, ‘아, 지금 애를 포로로 잡겠다는 거구나’ 싶었다.
원장은 남편과 통화를 해보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고, 잠시 후 남편이 전화했다. 현재 남는 방이 이 조리원뿐만 아니라 또 연계된 다른 곳까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제3 조리원을 연결해 준다기에 남편이 계약에서 말한 거랑 다르지 않냐며, 이건 조리원 측 귀책이니 위약금 얼마 줄 거냐 했더니 절대 금액은 말을 하지 않더란다. 그래서 일반실 2박 + 스위트 11박으로 협의를 했다는데, 나를 다시 찾아온 원장은 자꾸 ’코로나 확진 후 10일‘ 지나지 않은 걸 들먹이며 일반실보다도 못한 ‘마음방’에 계속 있을 것을 말했다. 답답한 나는 출산병원에 전화해 봐라, 테스트기 가져오면 바로 하겠다 했으나 테스트기를 안 주기에 내가 나가서 사 온다고 했더니 못 나가게 시켰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알고 보니 조리원 원장이 2명이었는데, 남편이 이야기하던 원장과 내가 말하던 원장이 서로 달라서 말이 엇갈리고 있었다. 내가 말하던 깐깐 원장은 본인 소신을 굽히지 않고 계속 ‘코로나 확진 후 10일’을 차분하게 고집하더니 결국 몇 번 더 전화가 오가고 최종적으로 이야기했다: ‘마음방‘ 3박 후 코로나 테스트해서 음성이면 방 옮겨서 스위트 10박, 대신 3일 동안 방에서 나오지 말고 차차도 나한테서 이틀 격리. 나를 코로나 바이러스의 온상 취급을 하는데 억울하고 기가 막혔다. 어쩜 이렇게 가스라이팅도 잘하는지. 또한 남편도 코로나 확진일로부터 10일 되기 전까지는 입실 금지를 내거는데 황당했다. 그런데 마사지는 받으라고 하더라. 이게 또 무슨 소리지?
산후조리원 마사지실은 여러 명의 산모들이 마스크를 벗고 마사지를 받는다. 지금까지 나를 코로나 바이러스의 온상 취급을 했으면서 마사지 실에서 마사지는 받으라는 거다. 그리고 만약 내가 코로나라면, 나랑 같이 병원에서 모자동실을 하고, 나랑 같이 차를 타고 온 차차는 왜 신생아실에 다른 연약한 신생아들과 버젓이 있는 걸까? 차차도 격리를 해야 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내가 방에서 나오면 그때마다 소독해야 한다며 어쩌고 하더니, 마사지는 왜 받으라는 걸까? 짐도 풀지 않고 남편과 통화하며 한참을 울고 생각을 하는데, 그때 딱 느껴졌다. ‘아, 조리원도 결국 다 장사구나’. 그때 나는 2월 출생하는 지역 임산부 단톡방에 있었고, 마침 같은 병원 및 조리원, 그리고 다른 조리원 분들이 이야기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지금 전체적으로 조리원뿐만 아니라 산부인과도 방이 없다고. 24년 2월 4일이 입춘으로, 청룡띠가 시작하는 날이어서 출산이 몰렸고, 그래서 방이 부족했던 것이었다. 며칠 후 마침 스위트룸이 하나 나오는데, 계약대로라면 내 방을 계약가 그대로에서 업그레이드해 줘야 되는데, 차라리 내가 다른 곳 가던가 아님 ‘마음방’에서 있으면 스위트룸 예약자에게 그 돈 그대로 받을 수 있으니 어떻게든 나를 밀어내려고 했던 것이었다. 이 ‘마음방’은 일반방보다도 작고 창문도 없으며, 한쪽 벽 전체가 유리여서 커튼으로 대충 가려놓은 형태였다. 심지어 위치도 급식실이 유리벽 정면에 향하고 있어 방음 조차 되지 않았다. 또 단톡방에서 이 조리원에 먼저 오신 분이 이야기하시기를, 여기는 방을 옮기거나 다른 조리원 가기 전에 하루이틀 정도만 묵는 ’ 임시숙소‘로 쓰인다고 했다. 이제 모든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 타임라인
- 24/01/26: 나 코로나 확진
- 24/01/31: 출산병원 입원 & 나 코로나 음성 & 남편 코로나 확진
- 24/02/01: 차차 출산
- 24/02/03: 산후조리원 입실
- 24/02/03 ~ 02/05(3일): 마음방 & 차차 격리
- 24/02/06 ~ 02/15(10일): 스위트 이동 & 모자동실 시작
- 24/02/10: 남편 입실
이 이후에도 나의 설움은 계속됐다. 모자동실 시간이면 모두 가족들이 모여 통화하며 하하 호호 행복한 소리가 들려오는데 (유리벽이라 방음이 전혀 안 돼서 양 옆방 소리가 다 들렸다), 나만 혼자 유축만 죽어라 하고 있었다. 또, 차차와 이틀 격리라면서 모유는 계속 유축해서 갔다 주라는데, 악마 같은 원장을 제외한 신생아실 선생님들은 다 너무 좋으셔서 내가 지나갈 때마다 차차 얼굴을 내쪽으로 돌려주시고 보여주셨다. 마사지 선생님들도 어찌나 다정하시던지 마사지받으며 참 많이 울었다. 호르몬은 소용돌이치지, 상황은 계속 안 좋지, 이래저래 울컥울컥 우느라 머리 아프고 눈이 많이 부어있었다. 차차 격리를 약속한 이틀이 지난 아침, 원장이 내 방에 들려 코로나 검사 키트를 내밀었다. 바로 검사를 했고, 역시나 결과는 음성. 키트를 들고 원장실에 찾아가자 마침 상담 중이었는데 그 앞에 휙 던지고 ‘됐죠?’ 하고 돌아섰다. 그 후 점심에 모유수유를 하러 가려고 했더니 원장이 또 나를 막았다. 그러더니 계속 미루며 저녁 모자동실부터 하라며 방으로 돌아가라 했다. 자꾸 눈물이 나서 계속 울었다. 혹시나 차차 해코지를 할까 싶어 항의하거나 우다다 쏘지도 못하겠더라. 그러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못 버티겠다고, 안 되겠다며 집 앞에 새로 생긴 산부인과 조리원으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남편은 바로 원장에 전화해서 이 조리원 오버부킹 & 코로나 확진 관련 약관 미고지로 위약금 받아서 옮기는 걸로 싸웠고, 나는 새 조리원에 전화해 입실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안타깝게도 해당 조리원이 얼마 전 RSV로 모두 퇴소 후 소독 중이며, 이틀 후부터 입실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루 뒤면 약속한 방 옮기는 날. 이 조리원에서 방 옮겨서 계속 있을 것이냐, 아니면 이틀만 버티고 옮길 것이냐를 계속 고민했다.
결론적으로 이 조리원에 남기로 했다. 원장은 정말 못됐고 싫었지만 내가 나가면 이들이 원하는 바대로 장삿속을 만족시키는 결과인 것 같아 괘씸했다. 그리고 신생아실 선생님들과 마사지 선생님들이 친절하시고 좋았고, 옮기려던 조리원은 소독은 잘 되었을 테니 걱정이 없었지만 지어진 지 몇 개월 되지 않아 새집증후군이 걱정된다는 남편의 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위약금은 절대 줄 것 같지 않고, 이 조리원 원장이 옮긴 조리원에 전화해서 나쁜 말이라도 할 것 같았기에. ‘나만 참으면 된다’ 이 생각으로 남기로 했다. 그리고 4일째 오전, 드디어 방을 옮겼다. 그리고 남편은 코로나 음성이 나왔다. 그래서 조리원 원장에 전화했지만 여전히 ‘코로나 확진 후 10일이 지나지 않았다’며 남편의 입실을 거부했다. 머리끝까지 화난 남편은 ‘코로나 국가 권고 격리일도 5일인데, 난 지금 8일이나 됐다. 당신이 주장하는 10일이 필요하다는 증거를 가져와라, 매일매일 출퇴근하는 남편들 코로나, RSV 매일매일 검사하냐, 이 내용이 약관엔 왜 안 쓰여있었냐’를 문제 삼으며 계속해서 따졌지만 조리원 원장은 아집처럼 본인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남편은 설 연휴 전에 들어오지 못하고, 설 당일이 돼서야 입실했다. 남편은 입실하는 날 새벽부터 조리원에 왔고, 우린 부둥켜안고 울었다. 남편은 미역국을 꼭 끓여주고 싶었다며 도시락을 싸왔다. 그날 모자동실 시간, 차차 실물을 처음으로 본 남편은 또 한 번 울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울었다. 출산하는 동안 부러져 쭉 아팠던 오른쪽 갈비뼈 진찰도 그제야 갔다 올 수 있었다.
그 후로 완전히 마음 편하게 있지는 못했다. 지나가다가 원장이 보이면 울컥울컥 화가 솟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젠 셋이 있을 수 있기에, 최대한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리기로 했다. 여전히 신생아실, 마사지실 선생님들은 친절하셨다. 어느덧 조리원 퇴소날이 되었고, 짐은 이미 차에 다 싣고 신생아실에 차차 준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친절하셨던 부원장 정도 되시는 것 같은 선생님께서 차차 배냇저고리와 겉싸개를 해주고 계셔서 기분 좋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원장이 나타났다. 그러더니 신생아실에서 준비된 차차를 본인이 안더니 우리에게 데리고 나와 웃으며 차차를 안겨주더니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자라라고 하셨다. 아니 이게 무슨 쇼맨십? 퍼포먼스? 어이없는 표정으로 차차를 받아 안고 떨떠름하게 조리원을 나왔다. 이것으로 나의 출산기가 끝났다. 그 이후로 나는 출산병원 및 조리원을 주변에 절대 추천하지도 않고 소아과나 산후검진도 가지 않았다. 후에 단톡방 다른 분한테 들은 바로는, 이 조리원이 우리가 나간 날 바로 남편들 출입 제한 및 코로나 검사 관련해서 공지사항을 올렸다고 한다. 꼭 이렇게 본인의 아집을 고집부려야 했던 걸까 원장은.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우려한 척했지만 결국은 장삿속이었는데, 꼭 그렇게나 신생아를 볼모로 잡고, 가뜩이나 나약해져 있는 산모의 멘탈을 이렇게나 잔인하도록 뒤흔들어야 했던 것일까. 몇 날 며칠을 곱씹었지만 너무도 씁쓸했다.
몇 번이나 글을 쓰고자 마음을 먹었어도 메모만 보면 분노가 치솟아 시작조차 못했던 글이지만, 결국은 마무리했다. 사실 지금 나는 둘째 출산 후 다른 조리원에 들어와 이 글을 쓰고 있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고, 다른 조리원에 와서야 결국 첫째 때 있었던 조리원에 대한 분노는 사그라들었다. 지금의 조리원이 완벽하다는 게 아니다. 그저 첫 번째 조리원이 얼마나 부조리하고 억지였는지가 비로소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분노하는 것보다, ‘저런 일이 있었기에 내가 지금 있는 조리원에 더 만족할 수 있다’라고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리고, 혹시나 내 글을 보신 내가 사는 지역의 분이 출산 병원과 조리원에 대해 눈치를 채셨다면, 그리고 그분이 임신을 하셨다면, 적극 두 곳을 선택하실 때 좀 더 생각을 해보시기를 추천드리고 싶다. (도망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