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 : 겨울에 이르다
2025.12.2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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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겨울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
겨울 동冬과 이를 지至가 합쳐진 22번째의 절기인 "동지"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겨울에 이른 것일까, 아니면 겨울의 극점에 이른 것일까. 겨울을 추운 계절로 이름했을 때, 가장 추운 절기는 소한이다. 그렇다면 동지는 본격적인 겨울로의 진입, 차갑고 마른 시간으로 들어간다는 뜻 같다. 동지는 영문으로 한켠으로는 이를 지至가 '극점에 닿다'는 의미를 같기도 한다. 동지점은 지구의 자전축이 태양과 가장 멀어진 점으로, 동지가 머무는 한점이다. 이에 이르러 태양은 가장 먼 곳에서 서서히 다가온다. 겨울을 태양과의 거리가 먼 계절로 말한다면, 동지는 겨울의 끝이다.
동지는 영어로 말하면 'Winter Solstice'이다. ‘Solstice’는 라틴어 ‘solstitium’에서 기원하는데 태양을 뜻하는 ‘sol’과 멈춤을 의미하는 ‘-stitium’의 합성어다. 태양이 멈춘 날, 빛이 돌아오기 직전의 가장 어두운 날. 동지는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으며 동시에 태양의 힘이 커져서 낮이 점점 길어지게 되는 마지막날이다.
그래서 동지의 또다른 이름은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다. 버금 아亞와 설을 의미하는 해 세歲가 더해진, 아세는 말 그대로, 설에 버금가는 큰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는 옛말 또한 태양이 부활하는 시작으로서의 동지의 의미를 더한다. 당나라 역법서의 선명력을 사용했던 우리나라는 신라와 고려시대를 이어 충선왕까지 동지를 설로 지내왔다. 동지에 여러가지 풍습이나 문화가 많은 것도 이러한 영향으로 볼 수도 있다.
전환의 순간, 작아도 괜찮은 시작
동지가 있는 12월은 해의 끝이다. 깊어 가는 겨울은 두터운 옷가지 만큼이나 마음도 무겁다. 해의 시작에 품었던 결심과 계획들은 안녕한가. 뒤돌아 봤을 때 말끔한 마음이 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건강 챙기기, 누군가에게 편지쓰기, 기록하기, 더 읽고 더 가기, 내가 되기 등등의 다짐들이 희미해져 그 앞의 나도 덩달아 희미해지는 기분이다. 한켠으로는 어차피 지나간 시간에 그나마 유쾌한 안녕을 하고, 새로운 달력을 빨리 넘겨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후회와 설레임이 기묘하게 얽히는 차가운 바람이 가득하다.
동지는 명일(名日)이라 일양(一陽)이 생(生) 하도다
시식(時食:계절명절음식)으로 팥죽쑤어 인리(隣里)와 즐기리라
새 책력 반포하니 내년 전후 어떠한고
해 짧아 덧이 없고 밤 길기 지루하다
공채 사채 요당(了當:빚갚음)하니 관리 면임(면서기) 아니온다
시비(농가의 문)를 닫았으니 초옥(草屋)하니 자연히 틈 없나니
단구(짧은 해)에 조석(朝夕)하니 자연히 틈 없나니
등잔불 긴긴 밤에 길쌈이나 힘써하소
베틀 곁에 물레놓고 틀고 타고 잣고 짜네
자란 아이 글 배우고 어린 아이 노는 소리
여러소리 지껄이니 실가(室家)의 재미로다
늙은이 일 없으니 거적(일종의 돗자리)이나 매어보세
외양간 살펴보아 여물을 가끔 주소
깃 주어(외양간에 짚 깔기) 받은 거름 자주 쳐야 모이나니
_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11월령(十一月令)
작은 설 동지가 12월에 있는 이유는 태양의 일이겠지만, 온갖 자연에 인간의 마음을 색칠하는 인간으로서는 그렇다. 설날은 많을 수록 좋다. 시작은 곳곳에 있을 수록 좋다. 그래야 끝에 등을 돌려 앞으로 갈 수 있으니, 끊임없이 시작을 할 수 있을테니. 태양이 부활하듯, 일생이 생하는 동지에는, 어쩌면 나도 다시 바뀌어 갈지도 모른다고 작게 바라고 싶으니 말이다. 새로운 달력을 받아들고 차라리 긴긴밤 길쌈이나 힘써한 옛날 사람들처럼, 틈이 없는 날들에 그저 눈 앞의 해야할일들이 부지런히 해내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맑은 소리를 들으며 담담히 나아가기를 바라본다.
작게 시작하자, 멈춰도 미워도 싫어도 부족해도, 작게 다시 시작하자. 그렇게 바라는 마음으로.
동짓날 오랜 친구들을 만나, 간만에 서울길을 걸었다. 올해의 겨울은 내게는 더 무거웠다. 온갖 후회들이 달라붙어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자주 아팠고, 자주 누웠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예전에 걸었던 길들을 걸으니, 달라붙어 있던 것들이 조금씩 가벼워졌다.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멈춰있을 일은 아니라고 되려 찬바람이 등을 밀었다.
그래 다시 시작이다. 오늘이 동짓날이니까. 작은 설이 안되면 1월 1일에, 그도 안되면 음력 큰 설에, 그로도 부족하면 3월 개학에, 그도 안된다면 어떤 설이라도 만들어서, 그렇게 시작을 만나러 가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찬바람 속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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