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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쉐비 Apr 10. 2021

임대형과 분양형의 명암

언론보도를 통해 본 노인복지주택

   흔히 실버타운, 시니어 주택으로 불리는 노인복지주택은 노인복지법상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시설이라고 하면 장애인, 고아, 노인 등 취약계층을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우리 사회가 뭔가 도움을 주고 보살펴줘야 할 사람들을 수용하는 시설로 일종의 고정관념처럼 뇌리에 박혀있는 것이다. 그중 ‘수용’이라는 단어가 주는 임팩트는 크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 때문에 노인복지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그것이 사회복지시설로 불리는 것이 불만스럽다. 임대형과 대비되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거주자들의 거부반응이 특히 두드러진다. 실제 아파트와 다름없는 자기 집이 사회복지시설로 취급됨에 따라 겪게 되는 불편과 불만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임대형 노인복지주택에 입주한 사람들의 반응은 정반대다. 오히려 프라이드(pride)를 갖고 살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분양형은 내 집이고, 임대형은 월세를 사는 남의 집이나 다름이 없는데 왜 이렇게 일반주택과는 정반대 되는 인식의 격차(gap)가 생겨난 것일까. 언론에 보도된 사례를 보면 흥미롭다. 분양형은 문제점들이 주로 부각되었고, 임대형은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의 부러움의 대상으로 비치는 경우가 많았다. 은퇴자들이 사는 복지주택이 그 유형에 따라 명암이 갈리고 있다.     



   얼마 전, 수 백억 원의 재산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기부한 아흔의 노부부가 TV와 신문에 연달아 보도되며 화제가 되었다. 알고 보니 그 부부 외에도 같은 단지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 거액을 사회에 기부한 인사들이 여럿이라는 기사가 이어서 나왔다. 기업가 출신이 많아 이른바 ‘회장님들의 릴레이 기부’가 이어지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코멘트도 붙었다. 대체 그 마을이 어디고, 거기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까. 사생활이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체로 기업체 회장, 장·차관, 의원, 병원장, 장군 출신,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 등 고관대작 출신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고급 실버타운의 쌍벽을 이루는 ’삼성 노블카운티‘와 ’더 클래식 500‘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은퇴자의 로망으로 꼽히는 이곳은 ‘상위 0.1%가 사는 임대형 노인주택’이다.      




   ‘삼성 노블카운티’는 삼성생명 공익재단에서 운영하고, ‘더 클래식 500’은 건국대에서 운영하고 있다. 2001년 경기도 용인에 문을 연 노블카운티는 보증금이 최저 2억 1000만 원에서 최고 9억 7000만 원까지 평형에 따라 다르고, 매달 290만~560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별도로 내야 한다. 2009년 서울 광진구에 단일 평형으로 문을 연 더 클래식 500은 보증금 9억 원, 관리비를 포함한 월 생활비는 500만~600만 원 정도 낸다. 보증금과 생활비가 만만치 않은 수준이지만 이들 최고급 실버타운은 입주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현재 노블카운티는 만실이고, 더 클래식 500도 6개월 이상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기다려야 한다. 그만큼 입주자 만족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각각 건국대 병원, 삼성병원과 연계돼 있어 편리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도 커 인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고정수입이 없는 사람들은 이런 고액의 생활비를 부담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입주자의 대부분이 군인, 공무원 출신 등 연금생활자들로 채워지는 추세다. 의외로 ‘밥’ 때문에 실버타운으로 들어오는 부자들도 많다. 이 점은 분양형에도 나타나는 공통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임대형 노인복지주택은 주로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는 발 빠른 사업일 수 있지만, 사업의 성패는 당연히 법인의 운영능력에 달려있다. 따라서, 시설의 규모와 서비스 수준에 따라 보증금과 생활비는 제각각이다. 한편,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주거형태와 취향이 다양화되면서 쾌적한 임대형 노인복지주택을 찾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살던 집을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월세로 내놓고 자신은 임대형 실버주택에 살면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있는 서울시니어스 타워, 수원 유당마을, 서울 성북구 노블레스 타워, 인천 마리스텔라 등도 유명한 임대형 노인복지주택으로 꼽힌다. 보통 20평 기준 보증금이 약 2억~3억 원가량이고, 생활비는 매달 1인 기준 150만~200만 원 정도다.



     

   매입형이라고도 불리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은 사뭇 다른 각도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경향이 많다. 사실 ‘98년 우리나라에 분양형이 도입된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지마다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법 전매, 허위·과장 광고 등 사기 분양, 설치자의 부도 또는 파산, 사업 폐지, 무신고 시설 등 갖가지 문제가 끊이지 않자 보건복지부는 2015년 노인복지법을 개정하고 분양형을 폐지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헝클어진 문제를 푸는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는 없었다. 법 개정 후 시행 전 6개월 사이에도 버젓이 분양 허가가 났고, 그러면서도 오래전부터 입주자들의 불만의 대상이었던 입주자격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였기 때문이다. 그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있다.

     



   입주자격을 제외하고 보면, 노인복지주택은 그야말로 노인들이 살기에 편리한 구조로 집이 설계되어 있다. 각 방과 욕실, 주차장에는 비상벨이 설치돼 있고, 욕실 욕조와 변기 옆에는 안전 손잡이가 설치돼 있다. 휠체어를 타고 드나들 수 있도록 욕실 출입 문턱도 없다. 주민 공동시설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는 것은 특장점이자 매력이다. 거주자들이 삼삼오오 어울려 취미생활을 즐기며 친목을 다지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주택단지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는 구내식당, 카페테리아와 헬스장, 골프연습장, 스크린 골프장, 당구장, 탁구장, 프로그램실, 노래방 등의 시설을 골고루 구비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는 노인복지법상 필수 인력으로 상주하며 노인돌보미 역할을 해주고 있다. 간호조무사가 머물며 혈압체크나 간단한 치료를 해주는 건강 데스크도 마련돼 있다. 노인복지주택이 병원 등 의료기관과 가까운 곳에 지어져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임대형과 달리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을 소유하게 되면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 취득세는 2015.9.24. 행정자치부 유권해석에 따라 일반주택과 동일한 세율로 과세한다. 또한 2020.8.12 이후 1세대 2주택에 대하여는 취득세를 중과하도록 하였으나 노인복지주택은 중과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종합부동산세 산정 시에는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으나, 양도소득세 중과 계산 시에는 실제 사용 용도에 따라 정의한다는 소득세법 규정에 따라 오피스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주택 수에 포함된다. 주택연금은 지자체에 설치신고가 된 노인복지주택에 한하여 가입할 수 있고 연령, 보유주택의 수, 주택가격 등 가입 여건만 충족되면 일반주택과 같이 주택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소유자가 사망하면 60세 미만인 자녀도 상속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현행법상 입주는 불가능하며 60세 이상인 사람에게 매매, 임대가 가능하도록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의 대표주자는 광교두산위브(547세대)다. 도심형으로 특히 입지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분당선 광교중앙역과 2021년 현재 신축 중인 경기도청을 비롯한 공공기관 융합타운이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고, 단지 양 옆을 지나는 시내버스도 많아 접근성이 뛰어나다. 병원과 약국 등 의료시설도 단지 주변에 산재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주대학교 병원과 대학 캠퍼스가 바로 코 앞에 있고, 인근 이의동과 매탄동에도 도보로 이용할 만한 병원이 많다. 같은 권역에서 재래시장인 매탄시장을 걸어서 둘러보며 팔팔한 생기를 느끼고 확인하는 재미도 즐길 수 있다. 주택관리도 분양형 노인복지택 중 가장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20년 7월 시행사와 합의로 주택관리권을 입주민 대표기구가 주도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시행사와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중 최초로 다른 단지들의 모범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용인수지 광교산 아이파크(537세대)는 시행사가 시청에 설치신고를 하지 못하고 물러난 경우다. 이를 호기로 삼아 입주민들 주도로 비교적 안정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편이다. 이들 단지 입주민들은 하나같이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의 입주제한 규제가 자식과 같이 사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령사회의 노인정책이 그렇게 가족을 오히려 분리하고 해체하는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일반 공동주택과 별반 차이가 없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의 입주와 거래 자격을 연령으로 제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집의 사용, 수익, 처분은 전면적이고 자유롭게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국내 주요 노인복지주택단지 ]

 ◈임대형 : 노블 카운티(용인 기흥구), 서울시니어스타워(강남구 자곡동, 강서구 등촌동, 성남 분당 등),

                더시그넘 하우스(강남구 자곡동), 유당마을(수원 장안구)     

 ◈분양형(매입형) : 광교두산위브(수원 영통구), 광교아르데코(수원 영통구),

                           수지광교산아이파크(용인 수지구), 스프링카운티 자이(용인 기흥구)

※참고문헌 : 연합뉴스(2008.06.26.). MBN(2008.06.29)

                  조선일보(2019.11.20, 2021.3.27)

                  네이버 블로그 ’게으른 투자‘(20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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