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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쉐비 Sep 14. 2020

설치자,
소유권도 없이 관리권을 행사

들어가는 말

   분양주택 입주자들이 자기 주택단지의 관리 주체가 될 수 없다? 아파트(공동주택)든 오피스텔(집합건물)이든 분양받아 입주한 사람들이 사업주체로부터 관리권을 넘겨받아 자체적으로 관리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이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 아니던가. 그런데 여기 우리가 모르는 예외가 하나 있다. 사업주체가 분양으로 주택의 소유권을 완전히 상실한 후에도 입주자 등에게 권한을 이양하지 않고 당당하게 주택관리를 계속해도 되는 주택이 있다. 짐작이 가는가?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그렇다! 사회적 통념에도, 상식에도 어긋나고 일반 정서와도 배치되는 사례라는 지적이 많다. 보건복지부의 불합리한 규제가 만들어 낸 주택시장의 기형아다.     



 설치자는 소유권을 상실해도 위를 그대로 유지

    소유자는 자신의 재산을 배타적으로 사용·수익·처분할 권리가 있다. 그렇지만,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의 경우 소유자는 자기 재산과 시설을 자율적으로 관리할 권한이 없다. 이에 따라 소유자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타인의 관리 지배를 받아야 한다. 실제 그런 일들이 분양형 단지마다 벌어지고 있다. 식민지 통치나 다름없는 관리방식이라는 원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 사정을 뒤늦게 알게 된 입주자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국가가 법률로써 구분소유자들의 자율적 관리 권한을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복지주택을 분양한 사업주체는 법률에 따라 그 주택을 운영·관리할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은 설치자이기도 하다. 설치자는 분양으로 소유권을 구분소유자들에게 전부 이전한 후에도 그 지위를 소유자들에게 넘겨줄 수가 없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퇴로가 법률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반면 노인복지법은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의 관리에 국가가 개입, 간섭하고 설치자는 국가의 든든한 보호 우산 아래에서 뻔뻔하지만 정당하게 수익을 취할 수 있는 달콤한 규정을 두고 있다.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단지마다 갈등과 대립의 분란이 끊이지 않는 빌미가 되는 대목이다. 입주하는 단지마다 그치지 않은, 하도 오래 계속돼온 싸움이어서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태의 원인과 핵심은 이러한 불합리한 일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노인복지법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의 대변자들이 이 문제에 눈감으며 방치하고 있다. 이 무슨 부조리한 사태인가.    

 

    노인복지주택. 당신은 아파트 천국인 우리나라에 이런 주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보통 실버주택이라고 묶어서 부르기도 하지만 그것은 법률용어가 아니고 정확하지도 않다. 실제 그 종류와 유형에 불문하고 일반주택과 쉽게 구별하기 위해 편의상 묶어놓은 임의의 카테고리 명칭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실버주택이라고 하면 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 산다는 고급 이미지가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일부 대기업 사회복지재단이 비싼 보증금과 임대료,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내걸고 운영하는 사례들이 점차 알려지면서 은연중 형성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모든 노인복지주택을 싸잡아서 그렇게 일률적으로 부르는 것은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이다. 그런 것만이 전부가 아닐뿐더러 내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오히려 그런 고급 이미지와는 사뭇 거리가 먼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얘기가 다소 딱딱하더라도 우선 노인복지주택의 개념을 좀 더 정확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자. 먼저 국가가 운영 중인 법과 제도를 살펴보아야 한다. 노인복지주택의 건설, 공급, 관리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노인복지법이다. 그에 따르면 노인복지주택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할 수 있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자가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또 노인복지주택의 유형은 - 임대형과 분양형 – 2가지로 나뉜다. 그런데 2020년 현재 분양형은 이미 단종된 과거형이고 임대형만 현재 진행형이다. 2015년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분양형이 이미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법 개정 전에 사업승인을 받아 설치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은 2020년을 마지막으로 모두 입주하였다.   

  

    우리나라에 설치·운영 중인 노인복지주택은 얼마나 될까. 2018년 현재 통계를 보면, 전국 9개 시·도에 35개소 6,389세대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경우는 없고 모두 민간부문에서 이뤄졌다. 그중 서울, 인천, 경기지역을 아우르는 수도권에 24개소 4,579세대가 지어져 전체 물량의 70%를 웃돈다. 특히 경기도는 12개소 2,536세대(분양형 1,028세대 포함)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유형별로는 전국 35개소 중 28개소가 임대형이고, 개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한 분양형은 7개 소다. 분양형은 전라북도 1개소를 제외한 6개소 1,456세대가 수도권에 있다. 여기에 2019~2020년 분양형의 마지막으로 경기도 용인(기흥구, 수지구)에 준공된 2개소 1,882세대를 더하면 수도권의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은 총 3,338세대에 이른다. 적지 않은 물량이다.     

 

  노인복지주택의 진정한 수혜자는 설치자

    이처럼 노인복지주택을 모두 민간이 설치, 운영한다는 것은 분양수익, 임대수익, 관리 수익 등 그 동기가 분명 수익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노인복지법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노인복지주택의 설치·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조하거나, 주택의 건물·토지 등에 대한 조세나 공과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제도적 수혜도 가능하다. 분양형의 경우, 정작 입주민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주택의 혜택이 일방적으로 설치자에게만 유리한 구조로 보인다. 한편으로 보면, 사유재산 소유자에게 국가가 복지혜택을 준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 수용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런 제도적 혜택으로 인하여 지방보다 사업성이 우월한 수도권에 분양형이 많이 건설된 이유 중 하나라는 것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정부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을 왜 도입한 걸까. 복지혜택은 취약계층, 요양원, 임대아파트 등 약자계층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분양가가 수억원인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사회복지시설로 운영되도록 도입 취지가 있었다면 그것이 설령 사유재산이라 하더라도 어딘가 그런 특색이 드러나야 한다.  현재까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매수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복지혜택을 준 적은 없다. 그렇다고 민간 설치자가 그런 시혜 역할을 하도록 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에 어떤 혜택이 주어지긴 한 건가. 사업자가 토지를 비교적 저렴하게 매입하고 건축 준공 후 부담하게 되는 취득세 등 일정 부분 조세감면을 누렸을 것이다. 사업자가 노리는 이익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입주 후 시설의 운영관리를 통한 관리 수익을 영원히 챙길 속셈이었던 것이다. 분양자인 설치자만을 위한 잔칫상이 차려진 셈이다. 구분소유자들은 영원히 사업자의 호구로 남아 있어달라는 것이 아니고서는 무엇이겠는가.  결코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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