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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쉐비 Sep 15. 2020

복지는 없고  규제만 있는 복°지°주°택°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은 공동주택으로 전환해야 한다

   주택관리에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하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노인복지주택은 건축법상 노유자시설이다. 공동주택이 아니다. 혹시나 오해할까 봐 그런지 그런 정의와 구분을 노인복지법으로 한번 더 명확하게 규정하며 쐐기를 박아놓 있다. 그런데 노인복지주택이 사회복지시설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잠시 멈칫한 적도 있었다. 사회복지사업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분양형이든 임대형이든 따로 구분하지는 않는다. 분양형인 우리 집도 사회복지시설이다. 따라서, 나는 사회복지시설에 살고 있는 셈이다. 기분이 이상했다.

 

굴지의 재벌기업이나 재단이 설립하고 운영하는 몇몇 고급 실버주택 이야기는 종종 들어봤다. 알고 보니 정확히는 노인복지주택이고 모두가 임대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등장한 일종의 주택임대사업이지만, 법률적으로는 사회복지사업으로 부르는 것이 맞다. 어딘지 더 고상해 보인다. 사회에 기여하는 이미지도 떠오른다. 아파트가 됐건, 실버주택이 됐건 소유자가 그것을 임대사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자유다. 더구나 당초 그 주택이 임대형으로 사업승인을 받은 것이라면 설치자의 사업목적은 전혀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문제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에 있다. 주택을 분양설치자가 분양 후에는 소유권이 없음에도 주택을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복지법에 의해 보장되는 제도다. 위탁관리업체 선정에도 제한이 따른다. 위탁관리 등 반드시 노인복지주택사업의 경험이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선정하여야 하고, 그에 관하여 시장·군수·구청장의 확인을 받아야 다. 사유재산인 분양주택 관리에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개입, 간섭,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런 경험이 있는 관리업체는 아직 많지 않다. 주택을 관리하는 점에서 일반 공동주택과 다를 바 없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에  이러한 족쇄를 채워놓은 것인지 의아하다. 주택관리 경험과 실적이 탁월한 전문업체가 즐비한 현실에 비춰보면, 입주민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불합리한 규제가 아닐 수 없.


   자자손손 보장받는 설치자, 지배받는 입주자들 

   일반적으로 신축 분양한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은 입주가 절반 정도 이뤄지면 사업주체가 입주자에게 관리권을 넘겨주는 것이 원칙이다. 소유권이 사업자에서 입주자로 이전되었으므로 그렇게 하도록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련 법률로 정하고 있다. 노인복지주택은 그렇지 않다. 앞서 언급한 설치자라는 지위에 관한 노인복지법 규정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노인복지주택을 설치하고자 하는 자는 시장에게 설치신고를 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일단 신고한 설치자는 시설을 폐지하지 않는 한 자자손손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된다. 설치자 변경도 허용되지 않는다. 설령 분양으로 설치자가 시설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하더라도 그 지위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설치자가 소유권을 잃으면 새로운 소유자에게 그 지위를 이전하여야 한다는 명시적 조항은 없다. 설치자가 지위 이전을 거부하고, 공무원이 설치자 변경을 거부하는 이유와 근거가 여기에 있다. 국가가 민간 사업자에게 설치자라는 철밥통을 손에 쥐어준 꼴이다. 이로 인하여 주택을 분양받아 입주한 소유자들은 주인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관리권을 행사할 수 다. 되레 자신들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설치자관리 지배를 받아야 한다. 국민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에 대하여 이런 유별난 강요와 간섭을 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취지는 선했는지 모르겠지만 결과는 악이 되고 있다. 입주자들이 주택의 관리권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소유자들이 설치자인 사업주체와 끊임없는 불화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딜 가든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은 예외 없이 모든 단지가 이러한 설치자 문제로 시끄럽다. 어떻게 조용하고 평온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가족과 같이 살면 안 된다고 규제하는 노인복지법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얼핏 보면 주택의 외관과 내부 구조가 일반 아파트와 차이가 없어 따로 구분하기 어렵다. 분양가는 같은 지역 소재 아파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수요층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매매, 임대, 입주 자격은 60세 이상으로 제한된다. 60세 이상이라도 누구나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단독 취사 등 독립된 주거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건강한 노인만 입주하고 대학생이나 미혼 자녀가 있어도 같이 입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심지어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워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이나 실업자인 자식이 있어도 원칙적으로는 역시 부적격이다. 따로 살아야 한다. 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규제인가. 이는 주택관리 문제와 더불어 입주민들이 가장 불만스러워하는 점이다. 노인들은 늙어갈수록 가족과 함께 살고 싶어 한다. 언론매체의 칼럼과 뉴스에도 자주 나오는 내용이다. 이처럼 가족을 분리시키는 정책은 재고되어야 하고 개선되어야 한다. 노인복지법 제3조는 '국가와 국민은 경로효친의 미풍양속에 따른 건전한 가족제도가 유지 발전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책방향은 맞는데 각론에서는 다른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 노인복지법이다.


    이름뿐인 복지주택은 앙꼬 없는 찐빵

   노인복지주택은 노인들의 복지를 위하여 지은 주택이다. 임대형이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법인 등의 지원이 있을 수 있다.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아파트와 특별히 구별되어야 한다면 아마도 임대형과는 차이가 있더라도 외부의 보조나 지원, 또는 어떠한 형태든 일말의 복지혜택을 받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최소한 유별난 규제를 받아야 하는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왜 그런 규제와 간섭을 받아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입주자들에게 입주 나이 제한 등 규제만 있고 복지혜택은 전혀 없으니 말이다. 혹자는 주택을 싸게 분양받았으니 그게 혜택 아니냐고 한다. 그래서 입주 나이 제한으로 과도한 수요를 억제하고 가격 상승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정책일까. 임대형이라면 모를까 분양주택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한다는 건 자본주의 시장에서 설득력이 없다. 따져보면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일반 아파트와 구별되고 달리 관리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입주자들이 제발 복지혜택을 달라고 나라에 요구하거나 구걸하는 것도 아니다. 이름에 복지가 들어가 있으니 입주 초기에는 혹시나 뭐가 있나 하고 내심 궁금해했던 일은 있다. 그렇지만, 아무런 혜택도 없다.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에 복지혜택이 전혀 없는 것이다.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이름뿐인 노인복지주택, 무늬만 노인복지주택인 분양형은 아파트와 달리 존속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노인복지주택은 공동주택이 아니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과거 어느 침대업체가 내걸었던 광고 문구다. 노인복지주택은 공동주택이 아니다. 광고처럼 우스갯소리로 그냥 해본 말이 아니다. 실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노인복지주택은 주택이 아니고 시설이다. 즉 노인과 아동 관련 시설을 통칭하는 노유자시설인 것이다. 그러니 주택의 외관이나 구조가 아파트와 다름없지만 법적으로 노인복지주택은 아파트가 아니다. 또 오피스텔처럼 구분소유권이 적용되는 건 맞지만 성급하게 집합건물이라고 부르지 말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설의 관리에 관하여 공동주택관리법이나 집합건물의 건설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우선할 여지는 없다. 노인복지법이 우선이고 그 법이 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서만 공동주택관리법을 적용하라는 준용규정이 있다. 집합건물법은 준용하라는 언급조차 없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악법도 법인 것을. 노인복지법의 규제가 부당하고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흔히 소홀히 하고 오류를 범하기 쉬운 부분이다. 노인복지법을 제쳐 두고 집합건물법이나 공동주택관리법을 적용하고자 들이대는 경우가 많아서 해두는 말이다.

  

   그럼 노인복지주택은 관련 법률에서 어떻게 취급되고 있는 것일까. 먼저 주택의 종류와 범위를 규정하는 주택법 시행령을 들여다보자. 아파트는 연립주택, 다세대주택과 함께 공동주택에 해당한다고 되어있다. 반면 노인복지주택은 기숙사, 다중생활시설, 오피스텔과 더불어 준주택에 속한다. 쉽게 말해 노인복지주택은 공동주택이 아니라 준주택인 것이다. 주택법은 ‘준주택이란 주택 외의 건축물과 그 부속토지로써 주거시설로 이용 가능한 시설 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면 용도별 건축물의 종류를 규정하는 건축법 시행령(별표 1)은 노인복지주택을 어떻게 분류하고 있을까. 단독주택도, 공동주택도 각각 ‘노인복지주택은 제외한다’고 괄호 안에 따로 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노인복지주택은 명칭은 주택이지만 그렇다고 단독주택이 아니고, 공동주택도 아니며 하나의 ‘시설’ 일뿐이다. 노인복지주택은 참 특별한 취급을 받고 있다.




   노인복지의 사각지대

   건축물 종류가 주택이 아닌 시설로 분류되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대우를 받게 다. 매매거래 시 담보대출이 그렇고 주택연금도 그렇다. 금융기관이 공동주택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제1금융권의 은행대출받기가 어렵고, 주택연금액은 아파트에 비해 평균 15% 정도 적다. 심지어 전기차 충전기 설치비 지원도 안 된다. 환경 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공동주택은 설치비 전액을 정부가 지원해 주는 대상이지만, 노인복지주택은 제외라명시해놓있기 때문이다. 이거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이 오히려 복지 예외로 취급되며 복지 사각지대에 내동댕이쳐진 증거들이다. 당연히 입주자들이 받아야 하는 불이익이 크다. 대부분이 은퇴자들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형편인데 이런 불편과 불이익까지 감수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노인빈곤율 1위 국가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그럼에도 나라가 노인들에게 해서는 안 될 일들하고 있다.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는 주택관리 업무도 정비되어야 한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국토교통부 소관이다. 집합건물의 건설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소관부처는 법무부다. 노인복지주택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노인복지주택, 특히 분양형은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에 비하여 관리 문제를 제도적으로 정교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하여 국민들이 겪어야 하는 불편과 고통, 손실이 막대하다.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에 전념하고 주택의 관리 문제는 전문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총괄하도록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은 공동주택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복지혜택 없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언제까지 이처럼 주택시장의 기형아로 방치되어야 하는가. 주인이 있는 주택은 주인이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마땅한 권리를 돌려주어야 한다. 설치자가 소유권을 잃으면 설치자 지위를 입주자들에게 이양할 수 있도록 노인복지법을 보완하는 일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단기 처방이다. 근본적으로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은 이대로 존속할 필요가 없다. 공동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해답이다. 노인복지법 제1조는 노후의 생활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노인의 보건복지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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