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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껌 Jul 04. 2022

반드시 일어날 우연을 기다리는 일


 바위 틈 사이로 물이 솟아오르는 블로홀(Blowhole)로 유명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키아마(Kiama)에 갔을 때에는 날이 좋았다. 엄마와 내가 거기에 머물렀던 두 시간 정도는 해가 들어 아주 쨍쨍한 맑은 날씨였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제주도 같았는데, 검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절벽과 주변의 모습들이 그러했다.


 물이 뿜어져 나온다는 블로홀은 딱 생각만큼의 크기였다. 주변으로 난간이 쳐 있고 저 아래 깊은 곳 구멍 하나에서 파도가 넘실대며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물도 꿀렁대며 올라왔다 내려왔다 하는 게 보였는데 올라올 듯 말 듯 하는 게 마치 터키 아이스크림 같았다.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한참을 쳐다보며 물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주변에는 난간을 붙잡고 어른들과 한참을 물줄기를 기다리는 꼬마 아이들이 있었는데 물이 조금이라도 차오르면 ‘온다(It’s coming)’라며 엄청난 호들갑들을 떨었다. 아이들이 호들갑을 떨수록 나 또한 잔뜩 기대하곤 했는데, 물이 올라오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실망하지도 않았다. 잠시 후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든 물은 반드시 올라오게 되어있기 때문에.

 나는 기다림에 조급한 사람이다. 기다리는 시간을 침묵하고 지낸다고 해서 내가 ‘잘’ 기다리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침묵하는 이유는 그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고, 때로는 긴 침묵이 내 무력감의 크기를 방증하기도 한다. 반대로 내가 별 불만 없이 ‘잘’ 기다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것들은 주로 언제 일어날지 확실히 아는 일이라던지, 일어날 것이 확실한 일인 경우다. 그 확실성 하나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올라올 물줄기를 기다리는 일은 신나고 기다려졌다.


 나는 블로홀에 카메라를 향한 채 물이 올라오기를 수차례 기다렸다. 결국 카메라에 담은 건 한 두 번 밖에 없지만 물이 올라오길 기다리는 시간이 설레고 즐거웠다. 그리고 문득 ‘인생의 모든 기다림이 이럴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에서 기다림을 대하는 태도가 블로홀의 물줄기를 기다리는 일 같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며 한참을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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