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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Oct 05. 2021

2019년 9월 21일

새벽에 비단이 기침소리에 몇 번이나 깼다. 비단이가 기침을 하는 동안 내가 딱히 해줄 건 없지만 혹시나 외로워할까 봐 다정하고 상냥한 손길로 천천히 등을 쓰다듬어 준다. 한동안 그러고 있으면 기침이 잦아들 비단이의 숨소리가 고르게 난다. 그러면 나도 마음 편히 침대로 쓰러지는 걸  두어 번은 반복하는 일상이다.


앞으로 비단이에게 어떤 신체적 고통이 다가올지 무섭다. 지금은 여러 군데의 종기에서 진물이 조금씩 흐르고  건조한 눈에서 눈곱이 쉴 새 없이 생기고 말라 딱지가 되고, 잦은 기침에 심장은 약으로 버티고 있으며 운동을 못해 흐물거리는 근육에,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관절염과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디스크, 기침으로 배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볼록 튀어나와 단단해지는 탈장 배꼽에 입 냄새가 좀 풍기는 정도이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우주의 모든 것들이 향하는 죽음에 다다르려면 아마도 더욱 큰 고통이 올 것이란 걸. 언젠가는 반드시 올 것이니 담담히 받아들이자 하면서도 수시로 두려움이 생긴다.


2019.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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