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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Jan 01. 2022

2020년 9월 19일

어제 집에 새 식구가 들어왔다. 화분까지 1미터가 훨씬 넘는 꽤 커다란 화분이다. 심긴 아이는 스투키란다. 예전에 화분 식물들을 몇 번 보내봐서 식물은 키우지 않는다. 어쩌다 들이게 된 화분인데 덩치가 좀 있다 보니 놓을 자리가 고민이었다. 좁은 집에 살림살이로 가득 차 있어서 뭐 하나 놓으려면 뭐 하나를 치워야 하는 수준이다.


키우는 법을 살펴보니 바람이 통하는 곳이 좋을 것 같았다. 안방 문 옆으로 공기청정기와 비단이 유품이 놓인 공간이 있는데 이곳이 적당한 것 같았다. 사용하지 않는 공기청정기는 다른 구석으로  보내고 비단이 이동장에 넣어놓은 비단이 유품들은 소파 쪽으로 옮겨놨다. 비단이 유품이 담긴 이동장은 남편도 나도 쉽게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아직은 마음이 아물지 않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자리를 옮기는 김에 오랜만에 비단이 유품들을 뒤져봤다. 옷가지 몇 개, 장난감 2개, 산책 줄, 작은 담요, 그리고 빗. 들은 것도 몇 개 없었다. 빗은 몸통용 빗과 눈곱 빗이 있었는데 눈곱 빗에는 갈색의 자잘한 것들이 끼여 있었다. 이게 뭘까 생각해 봤다. 


비단이가 떠나기 전 일주일 동안 상태가 너무나 급격히 나빠지면서 식욕이 없어져 강급을 하기도 했다. 그때 싫다 싫다 하며 도리질하느라 약과 죽이 입 주변으로 그득하게 묻었었는데 깨끗하게 닦이지 않아 남아 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병원에 가기 전에 몇 개만 떼고 가자 한 게 여지껏 빗 사이에 끼여 남아 있던 거였다. 손가락으로 빗살을 튕겨 찌꺼기들을 대충 빼내고 다시 가방에 담았다. 얌전히 마음에 묻어두고 있지만 그 당시를 떠올리니 다시 가슴이 아프다. 안 그러려고 해도 가끔 내가 잘 못해준 것들이 생각난다. 


어제는 화분 외에도 몇 가지 택배가 더 왔다. 그중에는 며칠 전에 주문한 고양이 장난감도 있었다.  지난달에 지인의 집에 놀러 가기로 했었는데 코로나가 다시 심해져 모임이 취소됐었다. 사실 그 집에 있는 고양이를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었기 때문에 모임이 취소된 게 너무 아쉬웠다. 코로나가 수그러들면 다시 약속을 잡아 놀러 갈 생각에 미리 고양이 선물을 준비해놓았다. 남편은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거냐고 물었다. 나는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며 상품 이름이 너무 재밌어서 사봤다고 얘기했고 남편은 '아 단지 고양이 물품이 사고 싶었던 거구나'라며 나도 설명할 길 없는 내 마음을 철떡 같이 이해해 줬다. 아마 나는 조금 위로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20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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