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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Jan 02. 2022

2020년 9월 30일


연휴를 맞아 한동안 바빠서 못 그렸던 비단이 그림을 그릴 계획이었다. 밑칠 해놓았던 그림을 꺼내고 핸드폰에서 비단이 사진이 들어있는 폴더를 열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비단이! 

물론 휴대폰 바탕화면도 비단이 사진이지만 그건 매일 보는 거니까. 평소엔 비단이 사진 폴더를 열어보지 않았었다. 길 가다 맨홀 뚜껑이나 환풍구를 피하는 것처럼 혹시 슬퍼질까 봐, 울어버릴까 봐, 힘들어질까 봐 의식적으로 성실하게 열어보지 않았다.


비단이 그림을 그리는 일은 그런 것에 정면으로 부딪혀 보는 행위다. 뭔가 비단이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해지는 시간. 따로 비단이 사진을 들여다보지 않았어도 매일매일 비단이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는 걸 스스로의 행위로 확인하는 시간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사진으로 보는 비단이는 반가웠다. 슬프고 조금은 힘들었던 느낌이 별로 안 느껴졌다. 반갑고 편안했다. 나 많이 괜찮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9월의 마지막 날이다. 바람도 서늘하다. 


20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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