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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Jan 04. 2022

2020년 10월 8일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이나 박물관 등이 문을 닫는 날이 많다. 자연사 박물관이 며칠간 문을 연다고 하길래 서둘러 예약하고 다녀왔다. 박물관 근처에서 밥도 먹고 3시간 정도 천천히 둘러본 후에 밖에 나와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박새들도 구경하고 하릴없이 서성거리려니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3년 전쯤인가 그때는 시간에 쫓겨 필요한 것들만 구경하고 정신없이 집으로 왔었다. 비단이 저녁밥과 약 시간에 맞춰서 집에 와야 하기 때문에 여유 있는 외출은 남의 일이었다.

아직은 이런 자유로움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어색하다.  


며칠 전 한꺼번에 사 온 두통약을 정리해 두려고 약서랍을 열어서 버릴 건 버리려고 이것저것 꺼내 확인하는데 병원 처방 연고가 보였다. 날짜는 19년 12월 10일로 적혀 있었다. 이날은 아마 전시 전날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때 비단이 케어와 전시 준비 등으로 피곤해서 몸에 염증이 올라 병원에 들렀었다. 그리고 다음날 전시를 설치하고 며칠 후 비단이가 잘 못 되기 시작해서 전시를 축하하러 와준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남편의 전화를 받고 울면서 달려 나왔고, 비단이는 점점 나빠져 전시가 끝난 며칠 후에 하늘나라로 떠나게 되었다.  

연고 뚜껑에 적힌 날짜를 보고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작년의 시간들에서 느껴지는 슬픔은 낮에 박물관에서 느꼈던 아련한 슬픔과는 결이 다른 슬픔이다.


박물관에서 느꼈던 슬픔은 시간의 흐름이 녹아있는 감정이었다면 연고 뚜껑으로 느꼈던 슬픔은 시간을 되돌아가 다시 그때의 감정이 솟구쳐 결국 울음바다가 되고 마는 슬픔이다.

이렇게 갑자기 들이닥치는 슬픔은 나도 어찌할 수가 없다. 그냥 실컷 울면서 이렇게 끄적여야지 뭐.


20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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