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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Jan 09. 2022

2020년 10월 25일

작년, 비단이가 떠나기 며칠 전 오줌을 쥐어싸며 나중엔 응가도 조금씩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삐져나온 응가를 닦고 하느라 물휴지를 많이 썼다. 그래서 한꺼번에 꽤 많은 양을 사놓았다. 그 당시엔 이 위급한 상황만 견디면 비단이가 다시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비단이는 두 번째 물휴지 팩을 다 쓸 때쯤 급히 떠나버렸다. 구석에 쌓여 있는 물휴지들을 볼 때마다 비단이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원래 물휴지를 잘 안 쓰지만 올해는 부지런히 쓰게 됐다. 주방에 뭐 흘리면 닦고 책상에 물감들도 닦고 싱크대 위, 주방 타일 닦을 때도 썼다.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쓰며 나는 이 물휴지들을 언제 다 쓰나 이 물건은 그리 좋은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하며 매번 생각했었는데 드디어 마지막 팩을 뜯게 됐다. 왠지 마지막 물휴지를 다 쓸 때쯤이면 아마 비단이가 떠났을 때쯤이지 않을까 싶다.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일 테지만 뭐 남겨진 사람은 사소한 것에도 이런저런 의미부여를 해보기도 하니까...

이젠 가을이 꽉 차가는 것 같다. 곧 겨울이네.


202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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