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윤희 Jan 11. 2022

2020년 11월 7일


그저께 밤에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잠깐 핸드폰을 켰는데 알람이 와있었다. 눌러보니 비단이를 돌보며 정보를 얻던 인터넷 카페의 예전 글에 댓글이 달려있었다. 그 게시글은 목 떨림 증상을 동영상으로 찍어 회원들에게 물어보던 글이었다. 당시 다니던 동네 병원은 심장병과 연관 지어 증상이 지속될수록 약의 용량을 늘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병원을 옮기고 하며 그 증상은 심장병이랑 관련이 없는 목 디스크임을 나중에 알게 됐다. 계속 동네 병원을 다녔더라면 약의 용량으로 인해 비단이의 신장은 급속도로 나빠졌을 것이다.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의사들도 다 같은 의사가 아님을 깊이 느끼게 된 계기였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몇 년 전 글에 댓글을 달까, 마음이 쓰여 얼른 답글을 달아줬다.

그 카페는 비단이가 떠나고 난 후 몇 번 들어가다가 안 가고 있었다. 내 아이디를 눌러 나의 지난 게시글 목록을 봤다. 아픈 노견을 키우는 바보 같은 주인이 거기 있었다. 게시글들을 다시 열어보진 못했다. 그냥 핸드폰을 끄고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다. 


오늘 올해 한 번도 못 만났던 지인들을 만나 전시를 보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서로의 이야기들을 나눴다. 하얀색 푸들을 키우고 있는 지인은 아직 일곱 살인 강아지의 앞날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나를 포함해 주위 사람들이 키우던 반려견들이 대부분 떠났고 이제 자신의 차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직 강아지가 건강하긴 해도 걱정되고 먹먹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꼭 같은 기분을 알고 있었다. 친정에서 키우던 개들이 나이 순으로 차례대로 떠나고 비단이만 남았을 때, 바로 다음 차례가 비단이라는 사실이 현실로 느껴졌었다. 이때쯤부터 눈물이 늘기 시작한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그때 비단이는 심장약을 먹고 있는 상태였고 얼마 후부터는 디스크 증상으로 힘들어했어서 비단이가 아프단 사실에 줄곧 마음이 편치 않았고 우울감을 느끼곤 했다.


인터넷 카페에서 아픈 강아지를 돌보는 혹은 돌봤던 사람들의 수많은 글들을 읽고 한 가지 다짐했었다. 비단이의 마지막은 꼭 지켜줄 것이며 절대 병원에서 혼자 보내지 않겠다고. 정말이지 위험한 순간엔 병원에, 의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도 그랬다. 제발 이번 고비만 넘겨 달라며 새벽에 택시를 타고 비단이를 응급병원에 맡기고 왔으니까. 그리고 비단이를 병원에서 혼자 보내버렸다. 심폐소생술로 다시 의식이 돌아와 비단이 마중 길을 할 수 있긴 했지만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미안하다. 다시 의식이 돌아온 비단이는 처음에만 의식이 온전한 것 같다가 나중 몇 시간 동안은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다짐했건만 나중 일은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잘 참은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혼자 집으로 오는 길에선 낮에 나눴던 대화들을 생각하며 곧 울적해졌다. 집으로 가는 마을버스에 올라 가만히 창밖을 보고 있으니 아까 잘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려고 했다. 조금만 울고 다시 또 참았다. 굳이 울지 않아도 된다. 울면 더 슬퍼진다. 울음을 참을 수 있게 됐다는 것만 해도 큰 발전이다.


2020.11.7

작가의 이전글 2020년 10월 29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