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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Jan 14. 2022

2020년 11월 22일


평소에 비단이 사진 폴더를 열어보지 않고 있다. 아까는 문득 핸드폰 바탕화면에 깔린 비단이 모습을 보다가 나는 왜 비단이 사진을 들여다보질 않지? 하는 의문이 들어서 비단이 사진 폴더 중 한 곳을 열었다. 몇 장 넘기다 보니 눈물이 고여와 아 안 되겠다 싶어서 핸드폰을 껐다. 그러고 가만 누워 생각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비단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비단이 사진을 들여다보는데 왜 나는 사진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지?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림을 그리기 위해 비단이 사진들을 보는 것과 단지 비단이가 그리워서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은 다르다. 생각해 보니 나는 비단이가 그리워서 사진 폴더를 들여다본 적은 몇 번 없는 것 같다. 아까처럼 나도 모르게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감정이 동요돼서 아직 힘들다고 느껴진다. 내 감정 상태가. 요즘 들어 더 그렇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지만. 

물론 그림 그리기 위해서는 사진 폴더를 종종 들여다본다.






올해, 요즘,  가라앉은 상태가 정말 신경이 쓰였고 이게 뭔지 힘들었다. 의욕이 나지 않고 기운이 없고 뭐하나 기쁜 것이 없고 몸이 자꾸 늙어가는 기분이 들었고 실제로 신체적 변화가 보이긴 했다. 나는 이런 변화들이 신경 쓰였다. 가을에는 안경을 새로 맞추면서 몇 달 동안 시달리던 두통에서 조금은 해방됐다. 산부인과에도 들려서 폐경이 조금 일찍 올 수 있을 거란 소견도 들었다. 생각지 않은 내 신체적 변화들이 뭔지 몰랐고 힘들었다.


갱년기 증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모든 걸 비단이가 떠난 슬픔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써왔다. 물론 바탕이 된 큰 이유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 우울감이 있는 사람이었고 코로나 블루라는 것도 있다. 애도의 기간이라고 생각하니까 몰입하게 되는 것도 있고 외부(비단이)에 쏟던 에너지들이 방황하며 내부로 쏠려서 나를 들여다보느라 그랬는지도 모른다. 나는 원래도 나를 들여다보는데 에너지를 쓰고 있었다. 거기에 너무 몰입하지 말자. 우주의 모든 것은 변하며 동시에 그대로다. 지금 상태는 변화하는 상태일 뿐이다. 몰입할수록 나 자신과 멀어질 수도 있다. 마음을 가볍게 하자.


202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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