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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Jan 15. 2022

2020년 12월 1일

벌써 12월이다. 

11월은 많이 힘들었다. 뭔가 나 자신을 컨트롤하기가 버거웠고 나도 모를 감정 기복이 내면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 나를 단단히 잡으려고 애쓰는데 집중해야 했다. 그동안 호르몬 주기에 따라 몸 상태나 감정 기복이 있었어서 신경 쓰고 지냈는데 지난달엔 좀 두려웠다. 너무 작업에 집중이 안 되고 그림이 생각대로 그려지지 않아서 많이 위축됐다. 별거 아닌 일상의 일들이 나를 압박해서 가슴이 답답했다. 이런 상태가 싫어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머릿속이 엉켜있어 뭐가 뭔지 갈피를 잡기가 힘들었다. 도무지 이유를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타인들에 대한 적개심도 늘어가는 것 같았다. 지난주에도 진창에 빠진 듯 무기력하고 답답하고 이유 없는 눈물이 흘러 안 되겠다 싶어서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요즘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니까 내가 혹시 울고 있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이러고 얘기를 하니 또 눈물이 더 걷잡을 수 없이 나오게 됐다. 


남편은 좀 놀랐는지... 내가 정신과에 가볼까 고민 중이라고 하니까 내일 당장 상담을 받아보자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근방 정신과를 검색해서 전화해 보니까 진료를 보려면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 주 화요일에 예약을 해놓은 상태다. 호르몬이 안정된 시기인가 지금은 또 멀쩡하다. 예약 취소해야 하나 잠깐씩 고민된다. 아 호르몬에 속지 말아야지. 일단 진료는 받아보고 호르몬 주기와 관련된 건지 뭔지 이유는 알아야겠다. 물론 비단이 생각하면 아직도 슬프고 코로나도 답답하지만 지금 나를 지배하고 있는 건 분명 다른 것 같다. 여러 가지 보조 식품들을 메모지에 적어놨다. 정신과 진료를 먼저 받아본 다음에 거기에 맞는 거를 찾아서 먹어봐야겠다. 


지난주에 남편에게 한 커밍아웃?으로 스스로를 보는 눈이 조금 개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기력하게 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여유 있게 휴식하는 것과 단지 무기력하게 있는 것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동안은 작업을 안 하고 늘어져 있으면 그게 휴식인 줄 알았다. 그건 그냥 무기력한 거였다. 휴식은 나를 위해 내 에너지를 사용하는 거다. 나를 위해 밥을 만들고 나를 위해 몸을 씻고 나를 위해 주변을 청소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로 인해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지쳐있는 상태였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이번 달은 작업을 좀 쉬고 집 정리를 할 생각이다. 오늘은 싱크대에 구석구석 버리지 않고 쌓아둔 것들을 정리했다. 무언가에 한걸음 다가간 느낌이 든다. 기분이 괜찮다.


20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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