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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Jan 19. 2022

2020년 12월 21일

어제, 작년의 어제를 떠올리려고 했었다. 시간 순으로 떠올리려고 하다가 감당도 못하면서 왜 굳이 떠올리려고 하냐고 스스로를 말렸다. 가장 가슴 아픈 순간들이 포진해 있는 그 시간을 차근차근 떠올리기가 무서웠다. 그래서 생각을 멈췄다.

그리고  밤에 차분히 다시 생각해 봤다. 비단이 기일을 어떻게 보낼 건지 며칠 동안 고민해 봤지만 도대체 뭘 해야 좋을지 내 마음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비단이 그림을 그리며 하루를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흩어지는 시간 말고 뭔가 단단한 시간을 보내기엔 그게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의미 있는 일도 하고 싶어서 유기견 구조단체에 조금 기부하기로 했다. 내가 길에서 데려와 마지막 날까지 내 손으로 직접 케어한 아이는 비단이뿐이다. 비단이를 키울 때는 내 강아지 끝까지 잘 돌보는 게 나의 사회적 책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 의무감을 기부나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하는데 육체적 봉사활동은 지금 상태로는 무리지 싶다.


전에 지인이 1년 정도 지나니 좀 괜찮아지더라는 말을 했었다. 나는 순진하게도 그 말을 믿고 오늘까지 왔다. 아마 그 친구가 말한 괜찮아진다는 말은 눈물바람 하는 날이 줄어든다는 말이 아니었나 싶다. 가슴에 묻은 슬픔이 괜찮아질 날은 언제일지 모르겠다.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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