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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Jan 21. 2022

2021년 1월 4일

뭔가 숨통이 트인 느낌이 든다. 12월 마지막 날쯤 아침에 일어났는데 기분이 새로웠다. 변화된 기운이 느껴졌다. 일시적인 걸 수도 있겠다 싶어서 가만히 지켜봤다.


친구들과 하는 전시는 무사히 진행되었다. 새해 첫날부터 전시장에 챙겨가야 할 것들을 빠짐없이 준비하고 다음 날은 전시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설치를 마치고 친구네 집에서 밥도 먹고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쐬니 좋았다. 그래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숨통이 트인 느낌이 든 이후로 뭔가 기운이 상승하는 느낌이 조금씩 든다.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비단이 기일에 그린 그림을 빼고는 한 달 내내 손을 놓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림을 대할 때 느끼는 어떤 막막함이 옅어진 것 같다. 드디어 바닥을 친 건가. 집 정리가 도움이 많이 된 걸까. 물론 집 정리는 아직 많이 남았다. 주문한 책상이 제작 지연되어서 이번 주에나 받을 수 있게 됐다. 작은 책장도 주문했었는데 그건 부서져서 배송이 오는 바람에 돌려보내고 다시 받아야 하느라 책 정리도 끝마치지 못했다. 방이 헝클어진 채로 새해를 맞았지만 기분이 처지거나 그렇진 않다. 오히려 좋다. 긍정적인 것 같다.

화장대에 놓은 비단이 유골함이 마음에 든다. 나만 그런 걸까 생각했는데 남편도 화장대에 있는 게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래서 화장대에 계속 놓기로 했다. 아 비단이 유골함을 넣어놓기 위해 주문했던 쇼케이스도 아직 배송이 안 오고 있다. 안 되는 시기엔 이런 것들도 모두 꼬이고 막히나 보다. 이젠 언제 오든 상관없다.


엄마는 시골 오빠네서 새끼 강아지를 데려오셨다. 엄마는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시긴 하지만 병원 진료 같은 건 소홀히 하신다. 문도 자주 열어 놓으셔서 강아지가 집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엄마가 다시 강아지를 들이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았다. 사진으로 보니 흰색 바탕에 진한 갈색 얼룩이 있는 아이였다. 비단이와 얼룩이 조금 비슷했다. 엄마는 비단이도 좋아하셨다. 자꾸 안으려는 엄마를 비단이가 싫어해서 그랬지. 강아지를 들이고 표정이 밝아진 엄마를 보니 착잡했던 마음이 조금 풀어졌다. 나는 생전 안 하던 화상 통화를 강아지를 보기 위해 처음 시도했다. 낑낑거리는 아기강아지 소리에 마음이 녹아나는 것 같았다.


20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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