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윤희 Jan 22. 2022

2021년 1월 7일


눈이 엄청 왔다. 어젯밤에 갑자기 쏟아졌다.

눈 속에 먹이 찾을 동물들과 이따가 내 물건을 가지고 오실 배송기사님들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창밖 풍경은 아름답다.

나중에 그리려고 며칠 전에 핸드폰 폴더에 넣어둔 비단이 사진이 생각난다. 눈이 많이 온 날 잠깐 나가서 찍은 장면이었다. 하얀 눈에 분홍 옷을 입은 비단이가 요정같이 나왔다. 좀 꼬질꼬질한 요정이긴 하지만 쌓인 눈 때문에 깡충깡충 뛰는 게 너무 귀여웠다.


엊그제 쇼케이스가 드디어 왔다. 얼른 닦아서 선반에 놓고 비단이 털이 들은 유리함이랑 몇 가지를 넣어 놓았다. 어젯밤에 비단이 털 냄새를 맡으려고 유리함을 꺼내 뚜껑을 열었더니 새 가구 냄새가 코를 찔렀다. 쇼케이스 안에 새 가구 냄새가 빠지지 못해 비단이 털까지 스며들었던 거다. 당황스러웠다. 그리곤 동시에 마지막 날 병원에서 닦아 준 비단이에게서 나던 이질적인 냄새가 떠올랐다. 마지막 모습인데 비단이 냄새가 나지 않아 당황스럽고 후회됐었다. 창가에 유리함 뚜껑을 열고 냄새가 빠지게 잘 널어뒀다. 그리고 쇼케이스도 환기가 되게 문을 모두 열어뒀다. 한참은 빼야 할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하게 똑같은 실수를 해버렸다.


2021.1.7

작가의 이전글 2021년 1월 4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