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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Jan 24. 2022

2021년 1월 14일


아침을 먹으며 읽고 있던 책을 읽었다. 읽다 보니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이 떠올랐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제목으로 그 책에도 개가 나온다. 나중에는 병에 걸려 죽게 되었던 것 같은데 읽으면서 슬펐다. 사실 그 책은 오래전 읽고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읽었었다. 물론 지금도 내용은 거의 잊어버리고 개가 나왔던 부분만 대충 기억하고 있다. 영화나 책을 읽어도 금방 잊어버리고 사람 얼굴도 그렇다. 모든 것이 느낌적 느낌으로 어떤 인상으로만 남는다. 비단이가 떠나고 나서 제일 두려웠던 건 비단이를 잊어버리는 거였다. 그래서 핸드폰 바탕화면도 비단이로 해놓고 힘들어도 매일 들여다봤다. 잊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막상 폴더에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은 슬픔이 밀려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림 그릴 때나 봤지.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은 걱정이었던 것 같다. 이 바보 같은 걱정 덕분에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엊그제 전시를 철수하고 친정집에 들러서 새로 온 강아지를 만나고 왔다. 친정 가는 길에 동물 병원에 들러 샴푸와 간식거리 등을 조금 샀는데 나중에 보니 습관적으로 비단이한테 사주던 간식들로 골라와 버렸다. 동물 병원에 발을 들이는 게 조금 거북스럽기도 했다.

그 녀석은 얼룩이 비단이와 비슷한데 생긴 건 전혀 딴판이다. 비단이는 눈이 크고 얼굴이 납작하고 다리가 짧은 체형인데 이 녀석은 아직 아기인데도 다리가 쭉 뻗고 몸매가 균형 잡혔다. 그리고 눈이 굉장히 작았다. 비단이의 큰 눈에 익숙해져서인지 작은 눈이 어색해 보였다. 내 손과 손목 옷 등 뭐든지 물고 뜯으려 하면서 2시간 넘게 날뛰더니 내가 집을 나설 때쯤은 바닥에 뻗어 눈만 굴리는 온순한 아기 강아지가 돼있었다. 같이 태어난 한 마리는 시장에 팔리고 이 아이는 엄마 집으로 오게 됐다고 한다. 엄마가 잘 키우시려나 걱정이 된다. 엄마도 관절이 많이 안 좋으신 터라 이 녀석이 훌쩍 커서 무거워지면 힘드실 텐데. 혹시나 엄마는 이 아이의 나중을 나에게 맡기실 속셈이신 걸까. 나는 그럴 생각이 없는데. 정말 끝까지 책임 지실 생각으로 데려오신 걸까. 걱정된다.


20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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