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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Jan 25. 2022

2021년 1월 23일

얼마 전에 눈이 오기도 했고 겨울이니까 오래전 겨울에 찍었던 비단이 사진을 꺼내서 스케치했다. 눈이 잔뜩 쌓인 날 분홍 옷을 입고 전봇대의 냄새를 맡고 있는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간식으로 황태를 질겅질겅 씹으며 연필을 놀리는데 입안에서 조금 역한 향이 퍼졌다. 황태 먹을 때 어쩌다 그런 게 있었는데 하필 지금? 지금 내 연필은 비단이의 엉덩이를 그리고 있는 중이고 똥구멍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항문낭 짜기에 성공해 본 적이 거의 없는 나는 미용할 때나 병원에 갈 때 부탁했었다. 지금 내 입에서 느껴지는 향기는 항문낭 냄새를 생각나게 하는 역한 맛이었다. 뭔가 비위는 상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귀찮아서 그냥 꿀떡 삼키고 얼른 귤을 주워 먹었다.  이런 우연의 연상작용이 기가 막히고 웃겨서 혼자 실실 댔다.


20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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