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윤희 Jan 26. 2022

2021년 1월 29일


새해가 된 지 며칠 안된 거 같은데 2월이 코앞이다. 요즘은 우울감도 별로 못 느끼고 작업도 잘 되고 있다. 해가 바뀐 덕분인지 누군가의 말대로 1년이 지났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마음속에 어지럽던 감정들이 온순해지고 일상의 행복감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간다. 나의 애도가 안정기에 접어들었음이 느껴졌다.


며칠 전 인사동에 들를 일이 있어 볼일을 보고 엄마 집에 들렀다. 그동안 고민을 좀 해봤는데 엄마가 강아지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내가 많이 도와드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결론지었다. 오늘은 세 달이 다되어가는 이 녀석에게 예방접종을 해줄 계획으로 늦지 않게 엄마 집에 도착했다. 엄마는 동물 병원이 익숙지 않으시다. 엄마와 함께 작은 담요로 강아지를 감싸서 품에 안고 병원으로 갔다. 다복이. 엄마가 지어준 이름이다. 다복이는 낯가림도 없고 건강했다. 벌써 응가와 오줌을 가린다. 똑똑하다. 동물 병원 수첩을 주머니에 넣고 오신 엄마는 개운하단 표정을 지으며 이제 병원 텄다 하신다. 그동안 다복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지 생각만 하며 계셨는데 오늘 얼떨결에 딸 손에 이끌려 갔다 오니 마음의 짐이 덜어지셨다고 한다. 다복이는 다 크면 아마 비단이 보다 훨씬 클 것 같다. 병원에서도 코카 정도는 될 것 같다고 했으니. 3개월인 지금 벌써 3.7킬로다. 올해 일흔둘 인 엄마를 생각하면 다복이의 나중은 어쩌면 내가 책임져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형제들 중에 개를 좋아해 키울 사람이 별로 없다. 아직은 나도 누군가를 다시 키우고 하는 게 힘들지만 나중엔 괜찮아지겠지. 다복이가 똑똑해서 다행이다.


2021.1.29

작가의 이전글 2021년 1월 23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