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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Feb 03. 2022

2021년 4월 17일


요즘은 순간순간 비단이를 정말 까맣게 잊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동안 잃어버린 것 같았던 충만함이 조금 느껴질 때도 있다. 비단이로 인한 슬픔이 마음속 바닥에 깔려 있는 건 변함없지만 그 슬픔 위로 삶의 시간들이 쌓이면서 슬픔은 어떤 향기나 흔적으로 남는 것인지도 모른다.


슬픔을 의식하지 않는 순간들이 늘고 있다. 내가 비단이를 잊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서글프지만 시간은 어쨌건 흐를수록 변화를 가져온다. 변화는 자연스러운 거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느끼던 것들은 비단이의 옆에 있음으로써 드러나지 않았던 나의 모습들이 비단이의 부재로 인해 드러나서 혼란스러웠던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한여름 속절없이 녹아나는 얼음 같았던 내가 요즘은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는 젤리가 된 것 같다. 내가 많이 괜찮아진 것처럼 남편도 많이 괜찮아졌을까? 마음속 상처를 드러내기에 언어와 우리 몸은 표현력이 충분치 않은 것 같다. 또 그 빈약한 표현을 통해 타인의 상처를 알아차리기도 힘들다. 짐작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괜찮아졌다고 해서 눈물이 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건대 눈물에는 대상에 대한 슬픔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그 비율은 대동소이하며 잡다한 감정들이 많이 섞여 있다. 눈물 자체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202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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