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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Feb 07. 2022

2021년 5월 19일


올봄엔 비가 많이 내렸다.

물을 마시며 방으로 들어오다 문득 남편이 며칠 전에 한 말이 떠올랐다. ‘방습제 넣어줘야 하는 거 아닐까?’ 그 말을 들었을 땐 괜찮다며 얼버무리고 지나쳤었는데 오늘은 웬일이지. 물컵을 내려놓고 화장대 위에 있는 하얀색 유골함을 열었다. 토분 색의 속 뚜껑도 열고 감색 가리개가 달린 흰색 주머니도 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놀랄 만큼 거리낌 없는 행동들이다. 주머니 안엔 넣은 이후로 처음 본 듯한 옅은 회색빛의 가루가 꽤 두툼하게 들어 있었다. 비닐로 밀봉한 상태라 방습제는 없어도 될 것 같았다. 비가 온 걸로 말할 거 같으면 작년 장마가 심했지. 비단이 뼛가루를 보면서 그 뼈들이 화장대에서 막 나왔을 때가 떠올랐다. 벌써 1년 6개월 전의 일이다. 또다시 이것들을 어딘가에 뿌려줘야 하나?라는 해묵은 고민이 스쳤다. 이걸 뿌린들, 영원히 가지고 있은들 무슨 차이일까. 아직은 내 곁에 두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하자.


202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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