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윤희 Feb 08. 2022

2021년 6월 3일

창밖을 보며 아침을 먹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분에 따라 다른 거구나. 이미 비단이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은 끝난 지 오래된 건 아닐까. 지금 내 머릿속이 나른하게 기지개 켜는 비단이의 모습을 떠올리자 내 침침한 두 눈은 눈물을 짜냈다. 이런 눈물은 자연스러운 또는 습관적인 반응인 걸까. 메모를 하며 주의를 환기하니 눈물이 마른다.


나는 비단이가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일상에서도 비단이가 있을 때 나오던 습관들은 모두 없어져 버린 것 같다. 단지 마음속에 생겨버린 큰 공허함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 이 텅 빈 것이 무서운 것이라는 것도 알았고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비단이가 주었던 모든 것들과는 정반대의 지점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서 이제는 이것에 가까워지지 않게 거리를 두는 게 나에게 중요해졌다. 나를 너무 내몰지 않아야 하며 또한 동시에 열심히 살도록 독려해야 한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쫓되 매몰되지 말아야 하고 사소한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사소한 것을 품은 전체에 대해 흥미를 유지한다. 균형. 비단이가 떠나고 나서 나는 자꾸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든다. 어떤 균형을 잃어버렸다. 비단이의 부재로 나는 삶의 균형을 잡는 게 우선순위가 된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비단이는 내 삶에서 정신적 균형을 맞춰주는 중심추 같은 거였을까?


2021.6.3

작가의 이전글 2021년 5월 19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