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화장실에 다녀와 다시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어제 우연히 기러기 새끼가 절벽에서 떨어져 어미에게 가는 모습을 봤는데 좀 충격적이었다. 그 새끼 기러기가 떨어지는 장면과 며칠 전 이소 하다 죽은 물까치 새끼 세 마리가 함께 떠오르며 잠이 달아나고 있었다. 그리고는 거기에 비단이 마지막 모습까지 더해져 더 이상 잘 수 없게 만들었다.
요 며칠 마음이 무겁긴 했다. 밑에 집 에어컨 실외기 뒤로 물까치들이 둥지를 지은 걸 알게 됐는데 마침 발견한 날이 새끼들 이소 하는 날이었다. 아직 날지 못하는 새끼들이 실외기에서 마당으로 떨어진 후 다시 낮은 담장을 넘어 인도와 차도를 건너 산으로 가야 하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왜 날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이소를 하는 걸까. 고양이가 드나들기도 하는 마당에서 밤을 지내고 다음날 오전 한 마리가 혼자 힘으로 담장을 넘고 인도와 차도를 지나 산 쪽으로 가는 걸 보고 눈물이 났다. 목숨을 건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남은 4마리도 그렇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하루를 더 마당에서 지내면서 새벽엔 비도 왔다. 아침에 나가보니 3마리나 죽어 있었다. 무리였다. 지지대도 없이 내 허리 높이의 담장을 넘는 건 불가능한 거였다. 첫째 새끼가 대단한 거였다. 안 되겠다 싶어 남아 있는 한 마리를 비 오는 마당에 더 이상 둘 수 없어서 첫째가 갔던 곳으로 데려다줬다. 똑똑한 어미 물까치는 새끼를 잘 찾았다. 잘 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왠지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오후에 산둘레를 산책하는 고양이를 맹렬히 쫓아내는 물까치들을 봤기 때문이다.
무거운 마음이 머릿속에서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 사실 물까치 이소가 끝난 후 작업에 집중하느라 내 마음에 대해 잘 못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기러기 새끼가 떨어지는 장면은 어떤 장막이라도 걷어낸 것처럼 내 마음속 불편함을 떠오르게 했다. 그리고 이렇게 내가 무방비한 시간, 새벽잠을 쫓아버렸다. 할 수 없이 일어나 책상에 앉아 책을 폈다. 무거운 마음을 외면하고 책을 조금 읽으니 다시 피곤함이 몰려왔다. 모자란 잠을 다시 잤다.
202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