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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Feb 13. 2022

2021년 7월 8일

지난번에 비단이 담요를 세탁하며 느꼈던 감정들은 그렇게 내가 인식하게 되면서 또한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단이가 썼던 방석을 말아 침대에 쿠션으로 두고 있었다. 여름이 되고 시원한 것을 찾다 보니 그 쿠션은 잠결에 바닥에 떨어지기도 한다. 바닥에 떨어진 쿠션을 보며 지난번 담요에서 느꼈던 것들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는데 시간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며 감정의 동요보다는 어떤 잔잔함을 느끼고 있다. 이건 화장대 위에 있는 하얀 도자기에도 해당이 되는 것 같다. 어제 세수를 하고 평소처럼 화장대 앞에서 유골함 위에 놓인 작은 점토에 눈길을 주고 그 주변의 먼지들도 눈에 들어왔지만 딱히 치우진 않았다. 어울리지 않는 결벽증이라도 생긴 양 먼지가 있으면 안 될 장소처럼 생각하고 먼지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던 모습들과는 어느새 멀어져 있었던 것이다.  

비단이가 떠나고 일 년 반이 지났다. 시간이 계속 흐를수록 나에게 남는 비단이는 어떤 모습일까. 비단이가 떠난 것 자체에 대한 슬픔은 많이 가라앉았지만 그것이 몰고 온 어떤 것은 굉장히 선명하게 남아있다.


202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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