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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Feb 15. 2022

2021년 8월 9일

이제 무더위가 좀 가신 것 같아 해질 즈음에 동네를 한 바퀴 걸었다. 며칠 전에 나갔을 땐 날파리가 너무 많아서 오늘은 작년 가을에 맞춘 안경을 쓰고 나갔다. 초파리인가? 암튼 좀 크고 동그랗고 단단한 느낌의 녀석들이다. 이맘때 비단이와 산책할 때면 그녀석들이 비단이 눈에 자꾸 달라붙어서 고민이었다. 비단이가 눈도 크고 튀어나와서 이것들이 눈알까지 막 붙어 있기도 했었는데 비단이는 그 녀석들에 대해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냄새 맡는 것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나는 내 눈앞에 날파리 쫓으랴 걸으면서 비단이 눈에 녀석들도 쫓아주랴 정신이 없었다.

 

오늘 안경을 쓰고 나가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안경 앞으로 날파리들을 몰고 다니면서 동네를 떠돌다 공원 벤치에 잠깐 앉았다. 옆 벤치에는 시추와 할아버지가 쉬고 있었는데 시추 머리에 참신한 물건이 씌워있었다. 하얀색 얇은 망사 주머니로 얼굴을 씌우고 벗겨지지 않게 목부분을 끈으로 살짝 묶어주었다. 이 할아버지도 분명 시추 눈알에 붙은 날파리들 때문에 많이 신경이 쓰이셨나 보다. 와 난 생각도 못 했는데. 나는 역시 모지리 주인이었다는 생각을 조금 꺼내다가 저 할아버지가 대단한 거라고 고쳐 생각했다. 일어나 다시 걸으면서 시추한테 추파를 던지고 싶었지만 할아버지랑 시추 둘 다 여유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아 관뒀다.  더위가 가셔서 기분이 좋다.


202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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